▲ 김두한<br /><br />경북부
▲ 김두한 경북부

최근의 여객선 엘도라도호의 엔진룸 침수사고를 두고 여러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객선사와 해경이 침착하고 신속한 조치로 승객들이 안전하게 울릉도로 도착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여객선 침수 소식이 한때나마 인터넷을 후끈 달군 것은 기억하기조차 싫은`세월호`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야밤에 동해상에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배에 403명이 탄 사정을 감안하면 네티즌들의 반응은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기자는 당일 엘도라도호에 타고 있던 지인으로부터 받은 연락과 네티즌들의 보인 반응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사고 선박에 탔던 승객들은 처음엔 상당히 당황하고 긴장했고 불안했을 것이다. 정작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엘도라도호 사고가 아니라 해경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해경은 관할 해역에 운항하는 여객선의 설계도를 갖고 있거나 최소한 구조를 알고 있다. 사고 보고를 받았다면 전국적으로 보도 자료를 낼 것이 아니라 상부에 보고 후 좀 더 차분하게 대처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승객들은 불안해도 국민은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엘도라도호는 쌍동선(카타마란형)이다. 배 양쪽 부분에 엔진룸이 2개씩 있고, 워트제트(물을 빨아올려 내뿜는 공간)가 각각 1개, 바닷물이 유입되면 차단하는 격벽(隔璧)이 한쪽에 6개씩 모두 12개 설치돼 있다. 한군데 일정량의 바닷물이 유입돼도 다른 격벽에 의해 부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사고처럼 엔진룸 1곳에 바닷물이 들어온 정도로는 전국민이 알아야할 만큼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을 빨리 판단해 승무원들을 통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하는 것과 동시에 선박의 기능을 자세히 설명하고 승객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또 승객들이 가족들에게 과도한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이해시키는 것도 의무 중 하나다. 일반인은 엄청난 사고로 오해할 수 있지만 해경은 선박 구조를 잘 알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해경은 오후 7시 30분께 엔진룸 1곳에 바닷물이 유입된다는 보고받고 8시 51분, 11시 5분, 12시 4분 잇따라 보도 자료를 냈다. 언론 플레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했고 국무총리 특별지시까지 내려졌다.

당시 엘도라도호에 탔던 기자의 지인은 바닷물이 유입된다는 사실을 오후 8시께 알려왔고 8시 12분 선내 상황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기자는 상황을 확인한 결과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 격벽구조의 선박에 대해 설명해주자 그는 안심하고 잠을 잤다고 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해경의 대처는 결과론적으로 백번 잘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승객들을 안심시키는 것 외 특별히 한 일도 없다. 사고를 바라보는 국민들도 안심하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했다고 본다. 결정적인 위험상황이 아닌데도 실시간 생중계하듯 보도 자료를 쏟아내는 것보다는 상황이 끝난 뒤 보도 자료를 냈더라면 국민은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이고 해경의 노고에 더 감사했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이 먼저인 것처럼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도 그에 못지 않다.

울릉/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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