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월요일 출근하니 교정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8도 정도 높아서 갑자기 꽃봉오리들이 열린 것이다. 분홍색 꽃들이 가지마다 뭉게뭉게 피어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분홍색 꽃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다보니 춘곤증도 날아가는 것 같다. 요즘 필자가 춘곤증을 앓는 이유는 지난 학기보다 수업이 한 강좌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 대학원 수업을 하나 더 하는데, 이 수업의 준비와 강의를 하러 가는 일들이 필자를 좀 지치게 한다. 일요일에는 수업준비를 해야 하고 월요일에는 오전에 천안캠퍼스에서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죽전캠퍼스에서 강의를 한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학교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모두 5명인데 다들 늦깎이 학생들이다. 석사생 1명과 박사생 4명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석사생 한 명을 빼고는 모두 필자보다 나이가 많다. 석사생도 30살이라 그렇게 젊지는 않지만 이들 중에는 제일 어리기 때문에 반장을 맡고 있다. 다른 분들은 모두 50대인데, 40대 초반에 대학에 들어왔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 있다. 참고로 이분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매주, 주교재의 한 장과 소논문 두 편을 읽고 토론하는데 주로 필자의 강의로 진행이 된다. 현재 수업은 소설론 수업인데,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한 명을 빼고는 대학 학부를 국문과를 나오지 않았고 전공도 다들 시(詩)이기 때문에 토론보다는 강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교재의 내용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이 논문 두 개를 요약해 온 것을 읽으면 그 내용에 대해서 보충 설명을 해준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그것에 대해서도 답변을 해준다.

개강 전에 대학원 세미나에서 이 분들 중 몇 분을 만나서 함께 대화를 한 적이 있다. 한 분은 현재 활동 중인 시인이라고 하는데,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 분의 말로는 자신은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는 일만으로는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부를 한다고 한다. 일종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공부에 매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분은 학원에서 논술을 가르쳤는데, 전공이 국문학이 아니다보니 한계를 느껴서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다 보니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박사과정에도 진학했다고 한다. 가끔 일 때문에 필자가 전화를 하면 전화를 잘 받지 않는데, 나중에 도서관에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문자가 온다. 요즘은 학부 학위를 받는 방법도 다양한 듯하다. 필자의 가장 어린 학생은 원래 생활음악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중퇴를 하고, 나중에 평생교육원에서 대학교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어느 대학 평생교육원이냐고 물으니, 정부에서 하는 평생교육원이라 어느 대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한다. 요즘은 언론에서 평생교육원에서도 대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가 그것인 듯하다. 필자의 학생들을 보면 한국 사회의 학력 인플레 논란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요즘은 많이 드물다고 한다. 사회 전체가 대학 정원을 축소하는 분위기이고, 그와 함께 신규 교수 임용도 위축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수나 전문 연구자를 목표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부 졸업생들이 많이 준 것이다. 더구나 사회 전체가 인문학이 돈 벌이가 안 되는 학문이라고 천시하다 보니 이쪽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사회전체의 지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인문학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