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

지난 칼럼에서 `인생의 봄, 즉 태어나서 대학생활까지 인생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또 인생의 봄은 교육과 배움을 통해 내 인생의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고 필자는 주장했다. `어떻게 뿌리를 깊고 넓게 내릴 수 있는가`도 논했다. 두 가지의 뿌리가 필요하다. 즉 인성(人性)과 전문성. 지난 칼럼에 먼저 인성교육에 대해 논하면서 “아무리 에너지, 지능이 있어도 인성이 없다면 망조(亡兆)가 나게 된다”며 그 인성을 정직성으로 필자는 축약했다.

오늘은 뿌리의 다른 면, 전문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전문성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전문성은 영어로 `professional expertise`라고 표기된다. 영문 표현의 두번째 단어는 특정 분야에서의 지식과 기술을 말한다. 첫번째 단어는 오랜 기간의 배움, 훈련, 경험을 요구함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전문성은 특정 분야에 깊은 지식과 기술을 의미한다.

이제 독자들은 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지 자연히 이해할 것이다. 나만의 특정 분야에 깊은 지식과 기술을 지니면 본인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진다. 소위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내가 깊은 지식과 기술을 갖출 특정 분야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어렵지 않다.

세가지를 자문해 보라. 나는 어떤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는가? 나는 항상 어떤 것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는가?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 이 세 질문에 공통적으로 언급된 단어는 `나`이다. 사회동물로서 우리는 항상 사회 여건을 고려해야 하지만 먼저 나 자신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도 내 자신의 재능, 관심, 가치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혹자는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갑을`문화가 지배하고, 위계질서가 엄한 사회에서 나의 독특한 재능, 관심, 가치를 기초로 내 전문성을 결정하라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 사회에서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직업`을 살펴보라. 그들은 일반적으로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는 분야,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마음에 품고 있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이 큰 부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니 먹고 사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마음에 품고 있는 가치를 구현하면서 산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내 잘난 맛에 사는 것이 인생인데, 남의 말을 이러쿵저러쿵 하지 마세요`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권고는 현실적이 아니라고 혹자는 생각할지 모른다. 학벌이 중요한 사회에서 명문학교 들어가고, 명문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결혼도 명문 집안과 하고 인생을 편하게 누리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경제와 생활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요즘 사회는 전보다 더 행복한가? 개인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가정과 자녀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만족하게 살고 있는가?

개인의 독특성, 관심사, 가치관을 무시하고 서로 머리 위에 앉으려고 경쟁하다 보니, 우리 사회가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개인 이기주의`사회로 변모했다. 이런 사회에서는 머리 위에 앉는 사람은 제한된 소수이고, 나머지는 실패자들이다. 행복한 사람은 소수이고, 다수는 불행하다. 개인의 재능과 가치가 충분히 살려지지 않으니, 개인적으로도 손실이고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다수가 불행하게 느끼면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사회 환경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나의 재능, 나의 관심, 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키워간다면 나의 경쟁 상대는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나의 재능, 나의 관심, 나의 가치를 충분히 살리면 성공이다. 모두 성공할 수 있고, 모두 행복할 수 있다.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개인 이기주의 사회`를 `개인이 존중 받고 모두가 성공하고 행복한 사회`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