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 /><br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시간은 미래로 달려간다.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가고 있으며 세상의 모습도 그만큼씩 바뀌어 가는 것이다. 특별히, 오늘 우리의 모습과 미래에 펼쳐질 세상에 대해 흔히 듣게 되는 소리가 그 정체를 분명히 확인하기 쉽지 않은 `4차 산업혁명`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과연, 보통 사람으로는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이며 전문가들 사이에도 그 실체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들린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분야의 융합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해 왔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이 도래했다고 하면서 그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 인류가 경험했던 그 어떤 변화와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제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허구”라면서, “우리가 겪는 변화는 정보화 혁명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자율주행 자동차와 빅데이터 등 눈부신 구체적 변화가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존폐의 위기에 몰리는 직업군들이 나타나고 있어 과연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거론되는 저 기술분야들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토대로 진행되는 것들이라서 보통 사람으로는 따라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보다는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급변해 가는 사회의 모습을 살피다 보면, 한가지 매우 중요한 힌트를 담은 가닥을 발견하게 된다.

연결능력. 즉,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끊임없이 경계없이 그리고 제한없이 연결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는 이전의 그 어떤 연결의 형태보다 훨씬 확장되고 한계가 없는 연결의 지평을 인터넷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의 세계는 우리를 한없는 연결의 바다에 빠뜨려 놓은 것이다. 그 연결의 지평을 어떻게 개인의 삶에 유용한 방식으로 연결하고 활용해 실제 나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지는 결국 개인 역량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세계에서 `인맥`이라 부르던 것이 디지털 세상에서 `연결`이라 표현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사람과 사람 간에 물리적인 만남과 교감으로 인맥이 형성되어 운용되었다면,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양한 기기들이 들어서 폭넓은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현상은 달라 보이지만 본질은 같은 것이다. 다양한 의미에서 연결의 지평을 넓게 만들어 내고 긍정적으로 유지하며 확장해 가는 능력은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디지털 세상에는 더욱 긴요한 능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연결능력`은 기술적으로만 설명되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차라리 인성과 품성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하며 심리적이고 사회적 기능으로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발해 디지털 세상에서 쓸모있는 역량으로 만들어 가는 일은 매우 아날로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눈부신 디지털 기술개발이 중요한 만큼, 인간의 아날로그적 인성이 풍요롭게 유지되는 일이야말로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추이를 적절히 관찰하며 그에 기술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의 `연결능력`과 `관계형성`에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갈고 닦아야 할 필요가 분명히 보인다.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감성이 있어야 비로소 빛날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