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末路)는 개인은 물론이고 그를 선택한 국민들의 불행이다. 비극의 헌정사를 보면 대통령이 해외망명 길을 떠났는가 하면, 측근에 의해 타살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고, 구속수사를 받고 장기 수형자(受刑者)의 신세가 되기도 하였다. 현재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교도소 수감상태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또 다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많은 범죄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반복되는 비극을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이러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정치권력의 본질적 속성`에 기인하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 그 비극의 중심에는 `대통령의 잘못된 권력관`과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다.

인간은 권력을 끝없이 추구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의 본질은 `권력의 획득과 유지 및 강화`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집착은 강할 수밖에 없다.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나 박정희의 유신헌법은 모두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장기집권자의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된다`는 사실이 동서고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공자는 `정치란 곧 올바름(政者正也)`이라고 하였다. 정치하는 사람이 올바르지 못하면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여기에서부터 대통령의 비극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은 `권력의 사유화와 남용 가능성`을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참모들은 대통령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직언(直言)하는 충신이 되어야 한다. 조선시대에도 왕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목숨을 내놓고 상소(上疏)하는 충신들이 많았는데, 오늘날의 참모들은 모두가 `예스맨(yes man)`이 되어 권력자에게 아부만 하니 결국은 공멸(共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모두 `마약과 같은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니 함께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한편 제도적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의 비극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또 하나의 원인이다. 우리 헌법상 형식적으로는 3권이 분립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거의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사실상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과 권력을 끝없이 확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초법적이고 불법적인 권력행사로 나아가게 되고 결국은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끝없는 권력욕을 가진 인간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정치제도는 위험천만하다. 대통령은 신이 아니며,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이 없는 자보다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은 반드시 분산되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견제와 감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인간이 제도를 만드는 것이지만 만들어진 제도는 다시 인간의 행위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 핵심은 `대통령 권력의 분산 및 감시의 제도화`에 두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비극은 그를 선택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민주정치는 `국민에 의한 정치`이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책임은 대통령 선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선출된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 감독을 해야 한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의 거리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뜨거운 정치적 관심, 이른바 `촛불민심`은 결국 불법을 저지른 대통령을 권좌로부터 끌어내렸다. 이처럼 국민들이 항상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면 대통령은 권력을 남용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