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고장난 기기 `수두룩`
설치 개수조차 모르는 市
“유지 보수는 용역업체 몫”
무관심 속 책임전가만

▲ 19일 포항시청 앞 신호등에 설치된 음향신호기가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시각장애인들의 교통안전을 위해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특히 포항시의 경우 지역 내 음향신호기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예산만 집행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포항지역 횡단보도에는 총 278개(북구 196개, 남구 82개)의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다.

이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에게 신호등의 변화를 음향으로 안내하며 이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신호등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보행신호 작동 상황과 보행 가능 시점을 안내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일부지역에 설치된 음향신호기가 고장난 채 방치돼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

실제로 확인결과 19일 포항시청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음향신호기 2개 모두가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다.

또한 남구 송도해수욕장에 설치된 4개의 음향신호기도 전부 작동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각종 쓰레기로 둘러쌓인 음향신호기도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기기를 찾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관할 지자체인 포항시가 음향신호기의 설치장소 및 개수, 작동 여부 등 전반적인 현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는 매년 교통신호시설 긴급유지보수비로 남·북구 각각 1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보수관리비로 사용되고 있지만 시는 용역업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을 뿐 시설관리에 대한 사항은 해당업체의 몫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이처럼 포항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지역 시각장애인단체들은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들의 목숨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태환 경상북도시각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소리를 듣고 방향을 찾아서 이동하기 때문에 음향신호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음향신호기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목숨과 관계된 안전시설이니 수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신고가 들어오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6월 말까지 시각장애인들이 기기고장을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연락처를 음향신호기마다 점자로 새겨넣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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