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예찬`한병철 지음·김영사 펴냄인문·1만3천원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고 날카로운 비판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린 `피로사회`, `투명사회`의 저자이자 재독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땅의 예찬`(김영사)이 출간됐다.

1999년 하이데거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병철은 2012년 4만2천권이 판매되는 등 열풍을 몰고왔던 `피로사회` 이후 10여 권의 저서가 번역, 소개되면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과 독일에서 최근 동시에 출간된 `땅의 예찬`은 저자가 3년 동안 정원을 일구며 겪은 일을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정원 가꾸기를 시작한 이유는 어느 날 땅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겠노라 결심한 뒤 개인 정원을 `비밀스러운 정원`이라는 뜻의 `비원`이라고 명명하고는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땅을 일구며 비밀의 정원을 가꾸면서 그는 그곳에서 디지털 세계에서 잃어가던 현실감, 몸의 느낌이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했다. 정원 일을 하면서 그는, 변화된 공간감각과 시간감각에 대해, 기다림, 인내와 희망에 대해, 색깔과 빛과 향기에 대해, 수국과 옥잠화에 대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낭만주의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명상한다. “정원에서 일하게 된 뒤로 나는 전에 몰랐던, 강하게 몸으로 느끼는 특이한 느낌을 지니게 되었다. 땅의 느낌이라고 할 만한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쩌면 땅이란 오늘날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행복과 동의어인지 모른다.” _32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