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황혜경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시집·8천원

황혜경(45)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첫 시집 `느낌 氏가 오고 있다`(2013) 이후 5년간 쓰고 고친 63편의 시가 담겼다.

“빨리 팔고 빠지는 점포들을 여럿 알고 있다/며칠은 가방 어떤 날은 신발 다른 날은 양말 하루는 벨트와 지갑/명료함이란 그런 것이다/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복서의 주먹을 기억한다/단단함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아기 새 같은 것을 움켜쥐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유리의 소리를 머금고 있는 듯 shining(샤이닝)과 dark(다크) 사이에” (`shining과 dark 사이에` 중)

시인은 “지나간 확실한 것을 믿는 마음으로 확실하게 지나간 것에 기댄다”고 말했다.

“나는 언제나 늦되는 아이였다”라는 등단 소감처럼 황혜경은 현 시대의 급속한 변화와 미래지향적인 삶보다 늘 지나간 시간을 되짚어보고 그 낱낱의 의미를 헤아리는 데 공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현실과 자아의 괴리를 목도하곤 했는데, 이번 시집에서는 바로 그 세상의 냉정한 흐름과 자신이 지닌 고유한 리듬 간의 어긋남을 토로하고 있다.

“매미가 울더니 귀뚜라미가 울고/눈이 내리니 또 꽃이 필 것이다/절기는 예감하는 나보다 명확하다”―`어려운 예감` 부분

명징한 사실성의 세계는 황혜경이 끊임없이 실패를 겪는 언어의 세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언어란 그 자체로 실체성을 갖지 못하고 다만 의미를 발생시키는 지시체로서 소통의 한계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황혜경이 마주한 언어의 세계에서 나는 너와 필연적으로 불화를 일으킨다.

“거울 앞에서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 처음에 나는 나를 생각하다가 너를 생각해 너는? 나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에게 깃든 너를 바라봐”―`베란다 B`부분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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