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 섭

왜냐하면 월곶은

달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거든

그녀는 월곶에 가보고 싶다고 했지만 썩 내키진 않는다

염전에 흩뿌려진 달빛은 인광처럼 번뜩이고

말없이 제방 위에 앉은 그녀가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바다 끝을 노려보다 나는 넋두리 같은 얘기를 중얼거린다

여기 처음 같이 왔던 여자가 말해 주더군

잠시 머물 곳이 있으니 멀리 떠날 수 있는 거라고

저박을 끝내고 마악 떠나려는 달빛에 비쳐

파도에 부딪기는 해안선이 옆얼굴을 드러낸다

콧날 움푹하고 입술 투박한 그녀도 월곶을 닮았다

그러니 너는 몇 번을 환생하고서야 내게 다시 올 수 있었던 걸까

달 한 덩이씩 빠져 나간 쓸쓸한 나루터를 달고

우린 월곶에 간다

월곶이라는 지명과 달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지난 날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달이 차고 기울 듯이 우리네 인생의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환한 달처럼 찾아온 사랑, 행복도 좀 지나면 결별과 함께 쓸쓸함으로 남는 것이다. 그게 인생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