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1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경기 영상이 머릿속을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스피드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처럼 저녁 시간에 하는 경기나 아니면 밤늦게 틀어주는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올림픽을 즐겼다. 이런 경기들을 보면서, 그리고 경기 중계나 시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지향점이랄까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먼저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금메달 획득만 강조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떠도는 말 중 하나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올림픽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예전에는 금메달 외에는 크게 축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은메달을 따면 해설자들은 아쉬운 은메달이라고 말했고, 은메달을 딴 선수 본인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해설자들이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모두 축하해주고 `값진 메달`을 따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메달을 딴 종목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빙상 종목에서만 주로 메달을 따왔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 그리고 여자피겨스케이팅 등에서 주로 금메달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켈레톤에서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이상호 선수가 은메달을, 봅슬레이 오픈 4인승에서 한국남자팀, 그리고 컬링에서 여자팀이 은메달을 땄다. 이 중 스노보드와 봅슬레이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의 메달이라고 한다. 이처럼 낯선 분야에 `도전`하여 새로운 것을 이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세 번째는 배려 없는 경쟁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품위를 지키면서 경쟁하는 모습을 강조하는 태도이다. 예전에는 해설자들은 우리 선수가 메달 가능성이 있을 때 상대방 선수가 이렇게 하면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저렇게 하면 은메달을 따고 하는 등의 경우를 열거하면서, 상대방 선수가 못해주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슬쩍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해설자들이 경쟁 선수가 우리 선수보다 잘하더라도 진심으로 그의 성취를 축하해 주었다. 이 모든 것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같이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나 자신감 이런 것들을 보여주어 더욱 마음에 남는다.

네 번째는 팀원들이 화합하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다. 이것은 여자 컬링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 대한 여론에서 잘 나타났다. 여론은 한쪽에는 찬사를, 다른 한쪽에는 비판을 보냈다. 여자 컬링은 올림픽에 두 번째 참가에서 예선에서 세계 1, 2위 하는 팀을 이기고 최종적으로 은메달을 땄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였다. 이들은 모두 경북 의성 출신으로 가족이거나 친구라고 한다. 경상도 사투리로 팀원의 이름을 부르면서 경기를 하는 모습들이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느끼게 한다. 반면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은 앞선 두 선수(김보름, 박지우)가 세 번째 선수(노선영)를 한참 뒤에 둔 채 결승선을 통과해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언론에서는 노선영 선수가 팀 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고, 여론은 경기 규칙에 맞지 않는 경기 운영을 한 다른 선수들과 코치진이 비난을 보냈다. 이처럼 이번 올림픽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를 잘 보여 주었다. 경기를 통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성취하는 빛나는 의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경기 해설이나 중계 그리고 기사 등을 통해서 우리 선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과 성취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의 여유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참가한 모든 선수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