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막심 고리키 지음·민음사 펴냄산문집·1만6천원

`가난한 사람들`(민음사)은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막심 고리키(1868~1936)의 세계관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혁명가이자 문학가였던 막심 고리키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사조 아래 하층민들의 생활을 묘사하는데 천착했다.

이 책은 고리키가 스탈린 체제와 불화를 겪고 유럽을 떠돌던 때인 1924년 펴낸 `일기로부터의 단상. 회고`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바탕으로 한다. 고리키는 그 전해에 독일 베를린에서 해외 거주 러시아 작가들의 글을 모아 잡지 `대화`를 발간하고 `단상`, `일기로부터`라는 제목 아래 여러 편의 산문을 실었는데, 여기에 새로운 원고를 추가해 28편의 글을 모아 책을 엮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기서 22편을 뽑아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그의 산문들은 그가 러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에 관해 쓴 것이다. 고리키는 자신이 직접 만난 시골 농민들과 심약한 도시인들을 소개하는데, 이들은 “말과 생각이 뒤죽박죽”인 데다 너무나 특이해서 마치 지어낸 이야기들 같다.

사소한 실랑이도 소송을 걸어 법정 공방을 일으켜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사고 있는 모자 제조공은 이렇게 말한다. “내 권리를 존중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밀고장 쓰기를 즐기며 경찰과 친한 이 남자를 어찌하지 못한다. 또 자연을 찬미하기 좋아하는 시계공은 “어디에도 우리 러시아 별처럼 저렇게 아름다운 별들은 없지요!”라며 시를 지어 부르곤 하는데, 아이들 패기를 좋아해서 자기 아들까지 때려 죽게 만든다. 한편 어느 양치기 노인은 공부의 중요성을 말하는 고리키를 이렇게 타이르며 지식인이 하나 쓸모없다고 역설한다. “자네가 `공부`라고 말하면 내 귀에는 `거미`로 들린다네. (…..) 먹을 음식도 충분하지 않은데 뭔 말을 하는 건가!” 하지만 이 노인은 자신의 조카들을 당시 최고의 교육기관에 보내고 있었다. 이처럼 모순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을 고리키는 작가 특유의 예리한 눈으로 끈질기게 관찰하며 인간 본성을 탐구해 들어간다.

곳곳에서 이처럼 무지몽매한 사람들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리석은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고리키는 러시아 민중의 근원적인 힘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한다.

“나는 러시아 인민들이 그 경이롭고 예측을 불허하는 신기한 재능으로 인해, 다시 말해 그들이 가진 곡예 부리듯 복잡다단한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예술가에게는 가장 보람된 소재라고 확신한다.” “러시아에서는 심지어 바보들조차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어리석고, 게으름뱅이조차 무언가 쓸 만한 자기만의 재능을 갖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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