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저기행`박영규 지음·김영사 펴냄역사·1만3천원

18~19세기 조선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읽었을까?

저명한 역사 저술가 박영규 작가의 신작 `조선명저기행`(김영사)은 `목민심서` `난중일기` `동의보감` 등 조선시대 주요 저서 16종의 탄생 과정과 핵심 내용을 담았다.

`조선명저기행`은 조선 명저의 세계를 여행하는 독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조선을 빛낸 16종의 명저들을 정치, 역사, 기행, 실학, 의학 등 5개 분야로 나눠 소개하면서 탄생 과정을 서술했고, 내용의 핵심을 요약했으며 그중에 재미있는 부분들을 골라내어 소개하고 해석했다. 또한 명저가 당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 책이었는지, 현실성과 합리성은 겸비한 것인지 등을 통해 냉정한 평을 담았다. 명저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다른 저서와 저자, 그리고 같은 분야의 또 다른 명저들을 함께 소개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올바른 목민관으로 사는 법, 정약용의 `목민심서`

`목민심서`는 조선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지은 치민(治民)의 지침서다. 지방 수령이 부임(赴任)에서 해관(解官)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덕목과 지침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실무서다. 다산의 나이 57세에 지은 이 책은 행정 책임자들이 백성들을 다스리는 데 지침으로 삼을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다산은 책의 제목에 대해서 목민(牧民)이란 곧 치민(治民), 즉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하고 `심서(心書)`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담은 글`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방 관리들의 폐단을 비판하고 백성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앞으로 모두가 잘살기 위해서 목민관이 갖춰야 할 덕목들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백성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나타내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선지식의 탁견 사전 `성호사설`

`성호사설`은 조선 실학의 중조(中祖)라고 할 수 있는 성호 이익이 남긴 책으로 그의 나이 30대 말부터 여든 살에 이르기까지의 짧은 기록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비록 `자잘하고 사소한 것들`이라는 뜻의 `사설(僿設)`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결코 가볍고 보잘것없는 내용은 아니다. `성호사설`은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지리, 인물, 풍속, 과학을 망라한 이익의 탁견을 여지없이 드러낸 명작이다. 그중 인사문 `노비` 편과 `개자` 편은 학문하는 자라면 모름지기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조선 오백 년을 지배한 성문 헌법 `경국대전`

조선 건국의 핵심 인물 삼봉 정도전이 저술한 `조선경국전`을 다듬어 만든 `경국대전`은 조선의 국가 체계와 조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경국대전`은 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의 6전으로 구성됐으며 태조부터 성종까지의 모든 왕명과 교지를 모았고 그것들은 모두 법에 의거해 정책을 시행했다는 증거이자 일종의 원천 기안이었다. 성종 때에 완성된 `경국대전`으로 조선은 성문 법전에 의거한 법치의 국가였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조선 역사서의 실질적 최고봉 `연려실기술`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긍익이 저술한 `연려실기술`은 400종이 넘는 야사, 일기, 문집류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분류해 실록 등 정사에서 언급되지 않는 역사의 이면과 새로운 관점의 인물 묘사를 소개한 조선 역사서의 명이다. `연려실`은 부친 이광사(1705~1777)가 지어준 서실의 이름이다. 아버지의 유배지인 완도군 신지도에서 42세에 저술을 시작해 30년에 걸쳐 완성했다. 태조 때부터 현종까지 283년간(1392~1674) 각 왕대 주요 사건뿐만 아니라 상신(相臣), 문신, 명신의 전기를 기술했다. 무엇보다 개인의 사견은 전혀 가미하지 않고 인용자료를 원문 그대로 실어 객관성이 뛰어나다.

△18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박지원의 `열하일기`

`열하일기`는 조선조 1780년(정조 4)에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한 외교사절단에 참가, 중국을 다녀오면서 북경에서 230km 떨어진 만리장성 너머 `열하(熱河)`에서 세계적인 대제국으로 발전한 청나라의 실상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생생하게 기록한 여행기다. 박지원을 포함한 일행은 열하를 방문한 최초의 조선 외교사절이었다. 그래서 그는 열하에서 보고 들은 진귀한 견문을 자신의 여행기에 집중적으로 서술했을 뿐 아니라 그 제목까지도 특별히 `열하일기`라 지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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