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야누스(Janus)는 머리 앞뒤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神)이다. 신화적 존재인 야누스가 오늘날에는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적이고 가증스런 사람`을 빗대어 사용되고 있다.

김정은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앞쪽의 얼굴은 웃으면서 남북대화를 말하고 있지만, 뒤쪽의 얼굴은 핵무기로 한국을 지배하겠다는 독기(毒氣)가 서린다. 핵전쟁을 위협하다가 갑자기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특사를 파견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가 하면,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을 파견해 `미인계(美人計)`를 펼치면서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벌이고 있는 미소(微笑)외교에 넋을 잃고 구경하다가 보면 그것이 북한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공개 처형하고,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한 패륜아(悖倫兒)의 모습은 감추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핵단추가 내 책상위에 있다`고 겁박하던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돌변해 평화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야누스의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핵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야누스와의 대화는 그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화(禍)를 불러오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있었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뿐이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잘못을 또 다시 반복하게 된다면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야누스와의 대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현재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미갈등`과 `남남갈등`이다. 왜냐하면 이 두 개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대화의 성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우리에게 핵 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보의 초석이다. 야누스의 미소로 접근해오는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에 기만당하지 않으려면 강력한 한미동맹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남북대화에 목말라하던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는 하나` 또는 `우리민족끼리`에 현혹되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강행하게 된다면 한미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 나아가 한미동맹이 깨진 후에 미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하기 위하여 선제 타격할 경우에 한국안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협의하기 위한 대북특사의 파견에 앞서서 대미특사를 먼저 보내서 한미 간 이견을 조율하고 대북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순서이다. 김정은의 노림수가 한미동맹의 균열에 있기 때문에 한미공조가 없는 한국의 일방적인 남북대화는 이적(利敵)행위가 될 수 있다. 또한 한미동맹이 뒷받침되지 않은 남북대화는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의 갑을관계(甲乙關係)`로 전락하기 때문에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우리 내부에서 점차 심화되고 있는 남남갈등의 해소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에서 정부의 대북협상력이 제고되기 위해서는 국내적 지지기반의 확보, 즉 국론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여야정당들이 남북대화를 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남남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은 `선거의 승리라는 정파이익`이 아니라 `북핵의 폐기라는 국가이익`을 위해서 야당과 협의하는 등 국론통일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