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1월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10년 전에 있었던 검찰 조직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이후 이재정 국회의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서 검사의 고백으로 검찰 조직 내의 여성 검사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것을 보면서 조직의 구조 변화에 맞는 구성원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태도는 대한민국의 초 엘리트 조직에서도 예외가 아니구나 하는 점을 보여준다. 검사라고 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자 권력기관으로 여성 검사들도 분명 그러한 곳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남성 위주의 조직이고 조직 내에서 여성이 소수이다 보니, 남자 검사들이 여자 검사를 동료라기보다는 `남성인 자신들이 봐주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는 약자`로 보는 것 같다.

검찰에서 여성이 일하기 시작한 것이 1990년 이후이고, 모든 승진과 지위 임명의 주도권을 남성이 쥐고 있는 것이 여성 검사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여성 검사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것은 `검사장`이라고 한다. 이분은 바로 조희진 검사로 그는 2014년 여성 최초로 검사장의 지위에 올랐고, 현재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지검장이라고 한다. 이 분은 1987년에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0년에 사법연수원을 제19기로 수료했다고 했는데, 사법연수원 19기 가운데 유일한 여성 검사였다고 한다. 이 것은 사법시험이 시작된 후 29년 동안 한 번도 여성이 검사로 임용된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선배검사로부터 성폭행(강간)의 위기에 처했던 경험을 고백하면서 “서지현 검사와 제가 겪은 성폭력 문제는 검찰 내 성별 갈등이기도 하나 기본적으로는 갑·을 갈등이다”라고 말했다. 조직 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윗분들이 끌어주어야 하는데 그 대가로 윗분들이 남자에게는 우정과 충성을 요구하는데, 여자에게는 애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남성 위주의 조직생활은 남성 중심적인 사고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만들고 이것이 조직에 새로 진입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을 낳는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명진 교수(고려대학교 사회학과)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는 여성의 대상화가 만연한 실정이다. 남성들은 남성 중심적인 집단에서의 생활을 통해 여성을 은연중에 대상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허민숙(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단순히 손버릇 나쁜 한 사람의 실수나 무례가 아니다. 전체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기인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이 조직의 인적 구성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 조직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략 전체 검찰 인원 가운데 약 30%가 여성 검사이고, 간부급을 빼면 평검사 가운데 절반이 여성이라고 한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의 성폭력 논란은 여성을 동료로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을 조직 모든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그에 맞는 예절과 매너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요즘은 1970년대 이전처럼 남자 형제를 위해서 여성 형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한 자녀 시대이기 때문에 부모들도 딸들에게 과거와 달리 많은 투자, 특히 교육 부분에서 많은 투자를 하며 한 명의 독립된 인간으로 훌륭히 살아가기를 바란다. 현재 대학 입학생의 43%가 여성이며, 공무원과 같이 시험으로 신규채용을 하는 곳에서 여성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맞춰 이제 남성들도 여성이 조직 내 동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을 우정과 신뢰를 쌓아갈 대등한 인격체로 인식해야 하며, 이런 인식 변화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