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2년 만에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대화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남북대화와 평화올림픽은 당연히 환영하지만, 북한의 올림픽 참가의도와 정부의 대화방식에 적지 않은 의문과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유엔의 계속되는 대북제재와 미국의 강화되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한편, 이 기회를 이용해 핵보유국으로서 평화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한 목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가 20여 명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예술단은 140명, 응원단은 230명이라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올림픽 전야제가 열리는 8일에 `건군절`을 명분으로 핵미사일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향후 개최하기로 합의한 남북고위급 및 군사당국회담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정부가 남북대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인식과 태도는 상당히 우려된다. 우리가 남북대화를 하는 궁극적 목적은 전쟁이 아닌 평화적 협상을 통하여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것이지, 북한의 올림픽 참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남북대화는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틀어서 향후 북미협상을 통하여 북핵 폐기로 연결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

물론 전쟁위기 속에서 가까스로 시작된 남북대화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엔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과의 대화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인식과 대응이 필요하다. 남북대화와 한미동맹 그리고 북미협상은 한반도 비핵화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에 대해서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대화의 궁극적 목표는 당연히 `북한의 핵 폐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대화의 목적이 `북핵의 동결인가` 아니면 `북핵의 폐기인가`에 따라서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전략은 크게 달라진다. 만약 대화의 목적이 북핵의 동결을 전제로 한 현상유지적 평화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것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의 목적과 정면으로 충돌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남북대화는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통한봉미(通韓封美)` 전략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남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문제는 남북당사자가 해결한다`라는 사항을 이유로 향후 북한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목적으로 양국을 이간질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남북대화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확산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과의 철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남북대화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는 `평화를 구걸하는 저자세`가 아니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은 금강산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전날에 대규모 열병식을 강행하려고 한다. 이처럼 계속되는 북한의 `갑(甲)질`에도 정부는 대화중단을 우려하여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남북대화를 지키는데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저자세와 대통령의 하소연은 대북협상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감성적으로 남북대화의 지지를 호소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성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당당한 대화자세로 치밀한 협상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먼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