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사교육 시장 부추기는 `풍선효과` 우려
월 2만5천~3만원 선인 방과 후 수업비에 비해
외국어 학원 교습비는 몇 배 이상 많아 부담 커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교육격차 심화 유발 지적도

내달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영어교육 전면 금지 시행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31일 포항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3월부터 전국 초등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이 금지된다. 선행학습금지법 시행 당시 학부모들의 반발 및 교육계 혼란 등으로 교육부는 3년 6개월간 초등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었다. 하지만 법정 허용기간이 2월 28일로 종료됨에 따라 당장 내달부터 방과 후 수업에 영어과목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과도한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영어 교육열이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는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새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방과 후 영어교육 폐지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도 더욱 불거지는 상황이다.

학부모 정모(38·포항 장성동)씨는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언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기회를 주는 것이지 입시처럼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방과 후 영어가 없어지면 남들 다 시키는 영어를 학원이라도 보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이나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과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일반 가정 등에 대한 혜택이 박탈돼 교육 격차 심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교육청에 의하면 포항을 기준으로 현재 초·중·고 외국어 학원의 교습비는 월 20회 기준 최대 19만9천원(외국인 전담강사, 수업 시간 등에 따라 편차있음)을 넘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초등 1, 2년학년의 방과 후 수업비가 보통 월 2만5천원에서 3만원 선인 것을 고려하면 수배 이상의 교습비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취약계층의 경우 방과 후 수업 교습비를 면제받을 수 있어 학원을 보내기 어려운 이들 가정에는 방과 후 영어교육은 더욱 절실한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36·주부·포항 흥해읍)씨도 “사교육 열풍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규제한다면 사교육도 같이 막으면 모를까 학원도 드문 읍, 면 단위나 군 지역의 어린 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 말고 어디서 영어를 배우라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자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훈현(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초등학교 1~2학년도 방과 후 영어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방과 후 학교는 학원보다 저렴해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영어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며 “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밝혔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