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증시는 세계 경제가 지난 10년간의 저성장에서 빠져 나올 것이란 기대로 인해 환호하고 있다. 이런 회복세로 인한 이익 개선 추세가 적어도 몇 년간의 증시 오름세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에 젖어 있다. 그런 생각도 일리가 있겠지만 증시의 상승 배경을 좀 더 정확히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증시는 2016년말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가 당선되던 때다. 그런데 바로 그 때부터 달러는 약세에 돌입했었다. 즉 자산가격 상승을 본질가치가 상승했다기 보다는 그것을 표시하는 통화의 가치가 낮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시중에 돈을 풀었던 이유는 금융기관의 부도를 막고, 신경제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즉 한편에서는 돈을 풀어 이런 효과를 보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규제 했었다. 볼커 룰(Volker rule)을 부활시키며 투자은행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유도했었다. 다시 말해서 시중에 돈의 양은 늘었지만 회전 속도를 떨어뜨렸던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돈을 돌리려고 시도한다. 즉 AIG같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들을 투자 규제에서 풀어주었다. 바야흐로 과거에 풀렸던 돈이 이제 돌기 시작하면서 통화의 공급이 늘어나고 그 결과 통화의 가치, 대표적으로는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고, 그 반작용으로 자산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풀린 돈이 금융자산 가격만 올렸는데 이제는 회전하면서 실물자산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이제 신경제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놀라운 생산성과 함께 만들지 못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의 가능성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채권 왕 빌 그로스(Bill Gross)도 지난 30년간의 채권가격 강세가 끝났다고 언급할 정도다. 사실 인구노령화와 함께 안정적 이자를 줄 수 있는 채권 수요 증가는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구조적 추세를 바꿔 놓을 만큼 미국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강하다는 의미다.

결국 사람들은 자산가격 거품으로 인해 자신이 부자가 됐다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이런 자산을 갖고 있지 않고, 오르지 않는 인건비에 의존해야 하는 젊은이나 가난한 대중이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해 앞으로 잘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즉 저소득층도 잘 살 수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인건비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근로자가 협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저성장인 경제에서 높은 생산성이 없으면 기업의 투자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투자를 보류하거나 사람대신 기계에게 효율성을 부탁한다. 사람은 기계를 지배하며 생산성을 지휘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한편 투자자들도 금융자산 가격이 별 노력 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지고 실물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 즉 노동력이 덜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노동자들이 눈높이를 낮출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경제의 순환론적 회복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클까? 그것보다는 대대적인 부양책을 앞두고 투자자나 소비자 모두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부양에 대한 역기능은 무시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드러날 때 시장의 변동성은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의 투자 시기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VIX가 선물관련 상품이므로 보관비용(roll down cost)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 가격이 역사적 저점 근방이므로 하방 경직성이 있고, 변동성이 생겼을 때 가격상승 탄력성이 매우 클 것이므로 해 볼만한 게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