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혁기획취재부
기동력이 생명인 기자지만 본의 아니게 버스를 이용해야 할 때가 잦다.

인구 53만의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에서 버스를 타는 게 무슨 대수인가 싶겠지만,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에 집을 나서면 걱정부터 앞선다.

일단 집 앞 학천교차로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하지만 드나드는 버스는 고작 배차 간격 20분의 175번 버스가 전부. 875세대 삼도뷰엔빌, 779세대 학천삼도미래타운1차, 360세대 삼도뷰엔빌스마트 등 총 2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몰려 있어 깡촌이라고 볼 수도 없는 곳이 이 정도다.

더구나 그 흔한 버스정보시스템(BIS) 하나 없는 학천교차로 버스정류장은 심지어 인도마저 없기 때문에, 바로 아래 하천 부지와 도로 사이의 1m 남짓한 폭이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버스 표지판 하나만 있을 뿐 실은 정류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그래서 매번 버스를 탈 때마다 쌩쌩 달려가는 차들 바로 옆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학천교차로 대신 큰 맘을 먹고 10여분을 더 걸어 다음 정거장인 달전오거리로 간다.

운이 나쁘면 집을 나선 뒤 20분을 걸어가 20분 가까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포항 대중교통의 불편한 실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번은 지인으로부터 포항버스에 대한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 여름철 열차를 이용해 포항을 방문했는데 무더위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는 것. 그는 “시원한 역사 안은 텅텅 비어 있는데 찜통인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려니 신경질부터 났다”며 “서울 같은 대도시처럼 버스정보시스템 하나만 역사 안에 마련해두면 해결될 문제인데 참 답답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당시 포항시는 코레일 및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 문제로 쉽게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 역대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지금도 변한 건 전혀 없다. 변한 것이 없기에 영하의 한파 속에서 벌벌 떨며 버스를 기다려야 할 포항 방문객들의 고생과 불만의 표정은 보지 않아도 눈앞에 훤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포항시의 노선개편용역이 완료돼 버스 시스템에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포항시가 195대의 노선버스를 어디에 배치할까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대중교통 인프라와 시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열린 행정을 펼치기를 바란다. `자가용 없이 살기 힘든 포항`의 대중교통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인구유출 등의 근본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포항시 교통정책의 일대 발상 전환을 기대해본다.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