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18년을 시작하며 세계경제는 들떠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늘 침체에 허덕였는데 “이제 그 긴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것 아닌가”하는 기대에 젖어 있다. 그 증거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들고 있다.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68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다른 원자재들도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 만큼 수요가 풍부해졌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기업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지표(CAIXIN PMI)도 기대 이상을 나타내며 우려했던 중국 정부의 긴축 가능성도 불식시켰다. 반면 미국은 천문학적인 세금감면에 이어 1조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을 감행하려 한다. 경기가 좋다는데 부양책이 웬 말인가?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금의 경기회복을 정치인들이 믿지 못한다는 의미로 판단된다. 즉 경기의 순환적 반등(cyclical rebound)은 있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성장률은 기대하기 어려우니 경기 부양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원할까? 연 3%의 성장이다. 그리고 여기에 집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부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려면 그 정도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기능은 부의 불균형이다. 남의 것을 뺏고 싶어 열심히 일하는 나쁜 본능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저 사람보다 가난하지만 과거보다는 형편이 나아졌다”는 위로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며 인구노령화에 의한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자 부의 불균형만 심화될 뿐 생활이 나아지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정치인들은 여기에 예민하다. 이런 불평을 잠재우려면 연 3%의 성장이 필요했고 그린스펀, 버냉키, 옐런 등 미국의 중앙은행장들은 줄줄이 돈을 풀며 3% 성장에 집착했다.

문제는 인구 구조에서 오는 저성장이 점점 심화되고 있고 더 강한 진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버리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트럼프처럼 2020년 재선에 혈안이 되어 있고 뒷감당을 모르는 사람은 단기 극약처방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원자재 가격 반등의 근본적 원인도 수요의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재정지출을 포함한 정책적 요인이 크다. 그리고 미국의 달러약세도 여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므로 달러가 약세로 가면 구입하는 주체들의 구매력이 커져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달러약세를 원하고 있다.

올 하반기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있다.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여기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에 초점을 두고 있어 당분간 달러약세를 유도할 확률이 크다. 물론 유럽 및 일본의 중앙은행도 유로화나 엔화가 너무 강세로 가면 자국 수출에 지장이 있는 바, 저항을 하지만 통화정책에서 기축인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 엔화는 1달러당 현재 112엔에서 올해 내 100엔까지 절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원화도 절상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투자자들도 재정지출과 같은 미봉책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후유증이 따라올 정책이라면 바람이 부는 초기에 얼른 이용하고 나오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철강주를 산다. 그러나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 외에는 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단지 당분간 기초소재가 필요할 것이라는 모멘텀을 이용하고 싶을 뿐이다.

언론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짧은 경기순환적 회복과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우리를 얼마나 편하게 할지는 모른다. 이를 단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이고 추세적인 회복으로 믿지 말고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