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영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년
젊은 세대들이 맛있는 음식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멋있는 장소를 SNS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이다.

해시태그(#)로 자주 인용되는 `핫플레이스` 열풍이 천년고도 경주에도 상륙했다.

어느덧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계절이지만 황리단길은 연인, 친구, 가족 방문객으로 뜨거웠다. 경주의 낙후된 원도심에 위치한 황리단길은 내남네거리부터 황남초등학교 네거리까지를 일컫는다.

황리단길은 불국사, 첨성대, 동궁과 월지 말고는 볼 것 없다던 경주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인기 식당과 카페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박수정(23·대구)씨는 “황리단길에 특이한 카페가 많이 생겼다고 해서 왔다. 한복을 입고 첨성대를 보며 황리단길을 걷는 게 매우 이색적이다”고 했다.

주변 상인들과 경주시민도 작년 경주 지진으로 방문객이 크게 줄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경주 관광의 새로운 장소가 되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리단길 열풍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황리단길의 무분별한 상업화와 난개발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한 결과 황리단길은 왕복 2차선의 매우 좁은 길로 방문객들의 차량을 감당하지 못해 교통체증이 심각했으며 일부 관광객들이 차 사이로 무단횡단을 하며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한 황리단길이 맛집과 카페만이 즐비한 평범한 관광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한다. 결국 다른 지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장소만 경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종현씨(25·전북 군산)는 “크게 기대를 하고 왔는데 다른 카페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한 번은 오겠지만 다시 오고 싶은 곳은 아닌 것 같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황리단길만의 개성없이 양적 팽창만 한다면 황리단길의 매력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황리단길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 왔던 영세 사업자 역시 유명세가 그리 반갑지 않다.

황리단길의 임대료는 1~2년 사이에 임대료가 5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는 상인들이 결국 황리단길에서 짐을 쌀 수 밖에 없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황리단길의 절반 가까이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 가게들이었으며 일부 점포는 비워져 있어 화려한 주변 모습과 대조를 이뤘다.

근처 주택가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도 관광객 때문에 평범한 일상과 마을이 침해됐다고 불편한 인색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집있는 사람이야 집값 올라서 좋지만 세입자들은 언제 임대료가 오를지 몰라 불안하다”며 “처음에는 큰 도로에만 상점이 들어서더니 지금은 골목길에도 들어서 주말에는 집에서 편히 쉬지도 못한다”고 했다. 결국 황리단길에 남는 것은 경주시민이 아니라 외부 자본과 화려하게 치장된 겉모습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앞서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떨쳤던 서울의 망리단길, 경리단길 등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저소득층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었다.

황리단길은 우중충했던 경주의 황남동 일대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황리단길 열풍에 가려져서 중요한 무엇을 잃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잠깐동안 인기를 누리는 관광지가 되고 말 것인지, 아니면 천년고도 경주의 이미지에 걸맞게 오랫동안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매력적인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지 황리단길의 상인과 주민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개발 또는 도시재생의 측면에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해 보이며, 부동산개발의 측면에서는 지역의 가치와 미래에 대하여 어떤 해석과 평가를 할 것인지 보다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