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대구 지도가 확 바뀐다

▲ 서대구고속철역 조감도.

대구의 지도가 바뀐다. 그동안 대구시의 도심 지도는 10년을 기준으로 수차례 바뀌었다. 구한말 달성토성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상권은 일제시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구역이 중심으로 부상됐다. 이후 동성로가 개발되면서 대구의 주도심은 `시내`라고 불리는 동성로와 서성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등이 개통되면서 대구의 도심은 부도심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서 부도심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제 2020년을 앞두고 대구의 도심 지도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대구시는 서대구산업단지 등 현재까지 문제가 되는 구 산단에 대한 정비작업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서대구복합환승센터의 건설과 그 효과 등 대구의 서쪽 지도를 바꿀 청사진을 그려본다.

대구산업선·달빛내륙철도·신공항 연결
구미~경산 광역철도·KTX·SRT 정차
서대구 고속철도역세권 복합 개발 추진

대구 서측 관문 최적 환승체계 구축
교통·문화·쇼핑 원스톱 서비스 공간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건립 20~30년 낙후 하·폐수처리장
북부·달서천·염색공단 통합 지하화
2024년까지 서대구산업단지 재정비

 

▲ 서대구산단 재생사업 조감도.
▲ 서대구산단 재생사업 조감도.

□ 대구시 균형발전의 방점, 서대구 역세권 개발

동대구 역세권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의 성공적인 개장과 대중교통체계의 획기적인 개선, 대구 신세계의 개점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동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목표로, 서대구역세권 개발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의 서대구역세권 개발은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건설 △주변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 △서대구산업단지 등 구산단 정비 등으로 요약된다.

대구시는 대구산업선, 달빛내륙철도, 통합신공항 연결철도 및 역세권 복합개발 등 미래 여건변화를 고려해 역의 규모증축과 선로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역 신설에 따라 불편함이 없는 충분한 주차장 조성과 진입도로 개설, 고속철도 및 광역철도 운행에 차질없는 승강장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스크린도어 설치,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교통약자에 편리한 시설 등을 검토해 반영할 계획이다.

서대구 고속철도역에서는 현재 구미∼경산 간 광역철도와 KTX, SRT와 같은 고속철도가 정차할 계획이다. 이러한 철도망 구축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다른 교통수단과 편리한 환승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 염색공단2.
▲ 염색공단2.

문제는 민자로 추진되는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복합환승센터에 뛰어들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할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에 반영돼 있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단계에서 중앙정부의 협조지원과 국비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방침이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6월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개발방안 검토용역`을 시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교통체계 구축을 목표로 민자사업의 조속한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시는 “서대구 고속철도역 개통과 함께 서대구 역세권의 본격적인 개발로, 대구 서측 관문으로서 최적의 환승체계를 구축해 대구 서부지역 교통거점으로의 도약과 복합커뮤니티 건립을 통한 교통, 문화, 쇼핑 등 원-스톱 서비스 공간구성으로 지역민의 편의가 증진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서대구 역세권 개발은 대구의 균형 있는 미래발전의 엔진으로서 그 의의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대구를 중심으로 광역경제권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 “낙후된 서대구 지역을 희망과 열정이 넘치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염색공단1.
▲ 염색공단1.

□ 서대구 주변의 변화

서대구 역세권 개발은 서대구 복합환승센터 건설과 함께 서대구 주변의 노후 시설 및 경관 개발로 이어진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주변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와 서대구산업단지 등 구 산단의 정비다.

대구시는 서대구 복합환승센터 건립부지 주변 환경기초시설을 개선해 친환경시설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북부하수처리장, 달서천 하수처리장, 염색공단 폐수처리장 등 3곳의 하·폐수처리장을 한 곳으로 통합해 지하화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북부하수처리장(10만7천㎡ 규모)은 지은 지가 20년이 됐고, 달서천 하수처리장(15만천㎡), 염색공단 폐수처리장(5만3천㎡)은 법적 내구연한인 30년에 이르러 시설 노후 문제 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하수처리장.
▲ 하수처리장.

아울러 1970년대 대구의 산업화를 견인해왔던 서대구산업단지도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면서, 지난 2009년부터 재정비사업이 시작됐다. 1977년에 조성된 이곳은 서구 중리동과 이현동 일원 266만2천㎡ 규모에 1천366개 업체가 입주해 1만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조성 당시 서대구산업단지의 주요 업종이 섬유, 가구, 도금 등이 대부분이어서 오늘날 도시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각종 민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구시는 국비와 지방비 1천706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서대구산업단지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하·폐수처리장 통합 지하화와 서대구산업단지의 재생사업이 완료되면 서대구KTX복합환승센터 건립과 더불어 대구의 균형발전은 물론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다시 예고되는 유통대전

지난 2003년 대구역은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함께 민자역사로 재탄생했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대구의 중심이 롯데백화점에서 시작해 동성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의 대구역은 대합실에서 롯데백화점 대구점 3층과 연결돼 있다. 뿐만 아니다. 지하철 대구역도 롯데백화점과 이어져 있는 상태다.

당시 롯데백화점 대구점 민자역사의 등장은 지역 백화점을 고수하던 대구백화점과 동아쇼핑 등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난해인 2016년 신세계 백화점이 동대구복합환승센터와 함께 대구에 둥지를 마련했다. 대구신세계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교통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 해 동안 누적 방문객이 3천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역세권인 탓에 백화점 이용객 중 서울·경기·경북 등 외지인이 절반(56.3%) 이상을 차지했다. 첫해 목표 매출액이었던 6천억원도 무난하게 돌파했다.

대구신세계 장재영 사장은 “복합환승센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유동 인구와 압도적 규모가 주는 차별화,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 등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국구 랜드마크로 자리잡게 했다”며 “앞으로 지역 발전은 물론 지역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자로 추진되는 서대구역세권 개발은 대구를 둘러싼 또 다른 유통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대구의 중심가와 동부권을 기점으로 이뤄졌던 유통대전이, 대구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 서대구공단.
▲ 서대구공단.

벌써부터 전초전도 벌어지고 있다. 개점 1주년을 맞은 대구신세계의 선전과 함께 롯데마트 칠성점의 개점은 유통계의 `출혈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시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대구역세권 개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업체는 롯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신세계 관계자는 “롯데에서 서대구 KTX 민자 개발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도 그에 대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롯데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롯데는 최근 경영상의 이유로 투자 유치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도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대구역세권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 대구의 유통 주도권을 둘러싼 동부와 서부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심상선·박순원기자 antiphs@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