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명대동빌라 입주자 대표
`땅이 일상은 흔들었지만, 인간적 가치는 돌아보게 했다`

지난 11월 15일, 포항지진피해 이재민 주거안정을 위해 75세대의 이재민을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느끼게 된 감정이다.

5.4의 지진 규모는 포항시민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그 지진은 땅만 흔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땅 위에 딛고 선 모든 일상도 함께 흔들어 놓았다. 여전히 작은 여진이나 미세한 흔들림에도 몸이 빠르게 긴장하고 경직된다.

`어렵고 다급한 상황이지만 물질적 가치보다 인간적 가치를 우선하면 좋겠다`는 이 말은 위원장의 권한을 위임받으면서 지진과 함께 주거불능이 되고 행정적으로 이주명령이 내려진 75세대 빌라 주민들에게 부탁한 첫 말이었다.

절박하거나 긴박한 상태에서 사람은 곧잘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이 말에 충실해 이주기간 내내 사회적 약자이거나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이웃들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땅이 작은 일상마저도 영위하지 못하도록 흔들어 놓았지만, 잊고 지내왔던 인간적 가치를 반추하고 성찰하게 했다.

지진피해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마주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계자, 이강덕 포항시장 및 시청관계자들은 수선을 떨거나 부산스럽지 않게 피해당사자의 태도를 지닌 채, 신중함을 잃지 않고 위임받은 그 권한대로 행사했다.

“가장 큰 반역의 마지막 유혹은 잘못된 동기를 성취하기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들은 올바른 동기를 성취하기 위해 충분히 현명했다.

반면, 타인의 절망을 애써 배워보려고 하기보다는, 타자의 고통과 이웃의 아픔을 이용해 이익을 도모하거나 정략적으로 획책해 권력을 향유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자들도 여전히 스멀거린다. 또한 지진피해 극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공적 재화가 한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재난에 편승해 공정하지 않은 경로를 거쳐 사적 이익을 편취하려는 시도가 곰비임비하다.

포항지진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선한 이웃들을 통해 사랑의 빚을 지고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얻었다. 한국사회에서 철강산업의 중심도시인 포항은 도시의 특성상 거칠고 강한 면모만으로 드러났었다. 그런 도시적 기질상 다른 지역에서 겪는 아픔과 고통을 향해 섬세한 감정이 아니라 거칠게 대응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재난을 겪으면서 정치적 신념을 넘어 다른 지역 시민들이 보여 준 성숙한 응대와 자원봉사의 참여, 물질적 도움은 포항시와 이재민들에게 `사랑의 빚`이 아닐 수 없다. 이 빚은 고스란히 빚으로만 청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항시가 철강산업을 자양분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로 변모를 꾀해 한국사회에 공공의 이익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예컨대, 지난 세기 국제적으로 철강산업의 중심도시였던 스페인의 빌바오, 독일의 뒤스부르크, 스웨덴의 말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 생태, 환경, 자연친화적 에너지를 추구하는 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늘도 여전히 지진피해 현장을 누비며 피해 시민들에게 비춰 줄 한 가닥의 희망의 빛이라도 발굴해보고자 이드거니 애를 쓰는 포항시장과 그 관계자들의 의지와 열정이라면 가능하리라 본다.

포항시가 새로운 도시로 재생 혹은 재구성을 탐색할 수 있는 희망의 빛이 가능하도록 기꺼운 마음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국민들에게 먼저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재민들에게 관심과 관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각 관계부처, 포항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영그룹, 국회와 시의회의 지역의원들, 환여동 주민센터, 포항북부경찰서 등에게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포항시 영일만 저편으로 떠오르는 빛이 새해에는 진정 새로운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