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17년을 시작하며 증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트럼프의 돌출행동을 우려했었는데 일단 별 일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2018년을 앞둔 지금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금리인상에 대한 두려움도 남아 있고, 또 워낙 쏠림 현상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으로 인해 증시가 쇼크에 빠질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주식, 채권, 크레딧 등 모든 자산가격이 동시에 올랐다. 사실 시중 유동성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얼마 전 골드만삭스는 과거 1·2차 세계대전 직후를 제외하면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비정상적인 자산가격 거품이 계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그런 비정상이 생겼을까?

세계 대전 직후에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일자리를 찾느라 인건비가 하락했고, 덩달아 인플레도 낮았다. 그래서 정부는 파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음껏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었다. 단, 실물경제가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준비가 될 때까지 금융시장으로 돈이 몰리며 금융자산 전반적으로 거품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 후 경기가 회복될수록 돈은 투자될 수 있는 실물시장으로 넘어오고, 인플레도 생기면서 금융자산 가격 거품도 소멸되었다.

지금 금융자산 가격에 전반적인 거품이 생기는 이유는 금융자산을 살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구조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기금이나 보험사들도 노인 분들을 대신해서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그러니까 앞의 경우와는 다르다. 사실 돈을 풀어 금융시장에 보내도 돌지 않으면, 즉 투자되지 않으면 자산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즉 지금은 구조적인 매수세가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시대 금융자산 가격 거품의 근본적 이유는 정책보다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그 추세가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트럼프가 자꾸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을 건드리고 있다. 만일 그가 무리한 재정정책으로 인플레를 인위적으로 만들면 중앙은행은 어쩔 수 없이 시중 자금을 급하게 줄여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산가격은 일단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다음 사태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 자산가격이 일방적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탐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자산가격 거품을 없애거나 그럴 시늉을 보이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럴만한 형편이 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장에서는 투자 금융기관들이 많이 안전해졌다고 믿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욕심스럽게 파생상품을 비롯한 위험자산 비중을 높였는지, 그리고 레버리지를 걸어 놓았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지금처럼 증시에서 쏠림 현상이 심한 가운데 자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탈출구가 좁아진다. 즉 자산가격 하락폭이 증폭되어 나타날 것이다. 한편 비용상승 인플레를 소비자들이 얼마나 견뎌낼지도 미지수다. 한마디로 그 동안 숨겨놓았던 문제들이 다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시가 깊게 조정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금융자산 가격 거품의 근본적 이유는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증시의 변동성만 키울 뿐 자산가격의 방향성은 인구구조가 결정한다.

2018년을 맞이하며 단기적으로는 트럼프가 줄 수 있는 증시 쇼크를 어느 정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지며 자산가격 하락폭이 커질수록 저점매집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때는 멀리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람은 탐욕과 공포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약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변동성이 따라 다니다가는 투자를 그르치기 십상이다. 큰 그림을 보며 평소에 사고 싶었던 자산들의 가격이 하락할수록 조금씩 매수에 가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