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은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년

인터넷에 난무하는 텍스트는 이제 완전히 제대로 `독해`하기 어렵다.

게시된 글들의 대부분이 알 수 없는 은어와 욕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들이 상대방을 조롱하는 것인지 칭찬하는 것인지 조차 헷갈려 선뜻 댓글을 달수도 없고, 부모를 욕하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남겨놓는 네티즌들을 보면 경악할 정도이다.

이에 대한 의견도 천차만별이다.

언어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필연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러한 흐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한글 파괴는 바로잡아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조선의 왕 세종이 우리글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래로, 한글은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예컨대 창제 당시에는 중국어와 비슷한 `성조`가 존재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져갔다. 또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이전에는 없었던 개념이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새로운 단어들이 만들어지고, 언어적 개념이 확대되거나 축소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신조어처럼 `부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특정 집단이 단어와 표현을 만들어 내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분노를 폭발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현대의 신조어가 위험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할 언어가 `폭력`이라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부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신조어들이 사용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 표출로 점철된 오늘의 신조어는 그 사용자들에게 열패감과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현재 가장 자주 쓰이는 신조어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매우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다.

`헬조선`, `느금`(`너희 엄마`를 조롱하는 말), `기모찌`(일본 포르노에서 유래되었다는 표현으로, `기분이 좋다`는 뜻) 등의 신조어들이 그러하다.

거의 모든 신조어들이 그러하듯, 주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가치판단이나 고민없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대표적인 예이다.

성인층 네티즌들의 경우, 이러한 신조어가 포함하고 있는 저급함을 인식해 잘 사용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어린 학생들의 경우 이를 그저 은어 정도로 받아들여 이를 사용하면서 또래들 간에 동질감을 느낀다.

자아나 세계관, 가치관 등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이들이 부정적인 신조어들에 쉽게 노출되면서 무엇이 윤리적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고민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부정적이고 저급한` 언어 사용을 `일상적인` 것으로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어린 네티즌들의 자아 인식과 세계관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와 같은 신조어 사용에 대하여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라면 왜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 한글은 이토록 부정적인 신조어들만을 낳고 있는 것일까.

패배주의, 타인에 대한 혐오와 열등감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가 어린 네티즌들에게 이런 신조어들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혹 아닐까.

때문에 신조어 사용 자체를 담론 수용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금지하며 이러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그저 탓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한마음으로 보다 건설적이고 건강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

타인을 경쟁자가 아닌 존중과 배려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지금의 신조어를 무력하게 하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긍정적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가치관이 보다 건강하게 작동할 때, 부정적 신조어는 자연스레 소멸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흘러갈 때에 언어 습관에도 자연스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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