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절룩절룩 뒤뚱뒤뚱`은 사람이나 동물의 걸음새가 한결같지 않아서 불안정하고 상큼하지 않을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 자세는 조화와 균형을 잃어버려 우아함과 세련됨이 부재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와 같은 부조화와 불균형의 원인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을 터. 요즘에는 거리에서도 `절룩절룩 뒤뚱뒤뚱`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차도(車道)에서 부자연스럽고 위태로운 지경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대열이 그것이다.

전후좌우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자동차를 볼라치면 사실 조마조마하다. 두어 살배기 어린아이처럼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비틀대는 승용차가 당신 옆을 달린다고 생각해보시라. 더러는 두 개의 차선(車線)을 점령하고 조금 더 빠른 쪽을 기웃거리는 차도 있다. 택시기사들은 물론이려니와 얌체족 운전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운전이란 본디 기능(技能)이기 이전에 예의범절임을 모르는 자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명박 정권시절인 2010년 2월부터 교통안전교육, 장내기능교육, 도로주행교육 시간이 모두 감소한다. 이른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어설프고 위험천만한 운전자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매년 22만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6천명이 사망하는 나라 대한민국. 매일 600건의 사고와 16명의 사망자를 잉태하는 교통사고. 그런 통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준 운전면허간소화 방안. 이런 얼빠진 `포퓰리즘`이 또 있을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잡고 정치적인 인기를 노린 희대의 사기극. 일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운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말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운전면허 간소화방안은 2016년 12월 이후 폐지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한국의 운전면허는 중국의 운전면허와 더불어 신뢰도 면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의 목숨을 그토록 가벼이 여기는 자의 정권이었으니 처참한 결과는 자업자득 아닌가.

`절룩절룩 뒤뚱뒤뚱`은 비단 운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국정운영의 난맥상에도 고스란히 적용 가능하다. 이른바 4대강사업, 방위산업비리, 자원외교 예산낭비가 이만저만 아니었다는 얘기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꼬박꼬박 낸 세금을 제주머니 돈처럼 외국정권과 기업에 마구 퍼준 희대의 사기꾼 정권. 부패, 무능, 타락, 패거리주의로 똘똘 뭉쳐 나랏돈을 공돈으로 여겨 `먹튀`로 일관한 싸구려 보수(수구)정권.

지난 세월 누적(積)된 각종 폐단과 악습을 철거(撤去)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이른바 `적폐청산` 요구다. 그런데 검찰의 수장은 12월 안에 수사종결 방침을 언명(言明)한다. 누구의 생각이고 누구의 기획인지 그 저의(底意)가 새삼 의심스럽다. 국민의 59.7%, 대구 경북민의 53.5%가 시한 (時限) 없이 적폐수사를 지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가급적 연내(年內)에 마무리하자는 수치(數値)는 국민의 32.3%, 대구 경북민의 38% 지지를 받았다.

이참에 적폐의 온상과 근원을 뿌리째 뽑지 않고 온존시킨다면, 그것에 기생(寄生)하는 허다한 폐습이 음습한 장마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은 자명하다. `세월호 대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는 `절룩절룩 뒤뚱뒤뚱`을 방치하고 키워온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세력과 권력자들의 농간(奸)에서 발원했다. 국민 모두를 상전처럼 떠받들고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정치집단의 행악질이 극에 달해 벌어진 사건들이다.

오늘도 팔조령 내리막길을 `절룩절룩 뒤뚱뒤뚱` 거리면서 달리는 숱한 자동차들의 행렬을 목도하면서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광속으로 발전과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새삼 지난날의 적폐를 확실하게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역사의 흐름에 참람(僭濫)하기 이를 데 없는 `절룩절룩 뒤뚱뒤뚱`을 남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