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예진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 관리주임
최근 소액주주운동이 주식 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소액주주운동의 핵심은 주주들이 연대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엔 개미투자자로 불리며 미미한 영향력을 가졌던 소액투자자들이 현재 주식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낙숫물이 결국엔 댓돌을 뚫는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정치 분야에서도 이런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돋보였던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오바마 측이 모은 정치 자금 중 80%가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들의 참여로 형성되었다. 이처럼 다수의 사람들이 소액 후원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의 정치 후원금에 대한 열기는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특정 정치인을 위한 후원금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요건을 갖춘 정당을 고루 후원할 수 있는 기탁금은 2016년 총 14억여 원이나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후원금 감소의 원인으로 정치 불신을 꼽는다. 그러나 정치가 못미덥다고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성숙한 정치 문화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개선되어야 할 정치 현실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우리나라의`주주`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 후원금 기부는 적극적 정치 참여의 일환이자 민주정치 발전을 위한 일종의 투자다. 후원금 기부를 통해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지 감시하고 비판할 유인을 갖게 된다. 동시에 정치인은 국민이 정치의 수혜자임을 인식하고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정치 후원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기탁금 제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개인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전달받아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지급하는 제도로 일종의 `정치 발전 기금`이다.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기부자와 받는 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청탁 등의 폐해를 예방하는 장점도 있다. 1만원부터 기부가 가능하며 카드 포인트로도 후원이 가능하니 이처럼 손쉽게 `주주`가 될 수 있는 경우도 흔치 않다.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하라”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 중 하나다. 정치 후원금 기부는 당장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이익을 내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우량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상승 곡선을 타며 그 힘을 발휘한다. 정치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국민이 늘어간다면 성숙한 민주 사회로의 발전이라는 달콤한 배당금을 머지않아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