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린 미래` 아름다운가게/이승은 지음·생각정원 펴냄인문사회·1만5천원

우리보다 두 세기를 앞서 살았던 러시아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체르니셰프스키. 그는 자신의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의 주인공 라흐메토프의 입을 빌어 이런 질문을 세상과 인간에게 던진다.

“다수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그로부터 100년 가까운 세월. 체르니셰프스키의 물음은 비단 제정 러시아 사회에 던진 문제 제기만은 아니었다. 우리 세대와 한국사회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이며, 동시에 공동선의 실천방안을 묻는 이 질문에 관한 답변을 찾았을까?

`되살린 미래`는 이 질문에 관한 유효적절한 답변서로 읽힌다. 흥미롭게도 책의 저자는 `아름다운 가게`. 2002년. 한국사회에 또 하나의 `기부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아름다운 가게는 서울시 안국동 참여연대 앞 쪽마당에 좌판을 여는 것으로 그 출발을 알렸다.

“나눠서 다시 함께 쓰자”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되는 아름다운 가게의 시작은 미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실용-경제적 가치`보다 `의미-사회적 가치`를 우선에 두고자 했던 아름다운 가게의 창립이념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 속에서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런데,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효율성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게 비단 아름다운 가게뿐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되살린 미래`는 아름다운 가게 외에도 앞서 언급한 지향을 가지고 혼자가 아닌, 더불어함께 사는 삶을 살아온 국내외의 개인과 단체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아름다운 가게는 오래된 물품을 기증받아 이를 되팔고, 그 수익금을 다시 `나눔`에 사용해 행복한 순환을 지향하는 독특한 가게.

이러한 형태의 운동이 한국에서는 불과 10여 년 전 시작됐지만, 유럽에선 이미 70년 전부터 유사한 형태의 `나눔 운동`이 있었고, 이를 주도한 것이 세계 제2차대전 당시 그리스 난민을 돕던 `옥스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비단 기자만이 아닌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깨달음이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방글라데시. 경제학자인 무함마드 유누스는 자신의 나라 농촌이 처해있는 `믿기 어려운` 현실을 목도하고 절망한다.

방글라데시의 한 작은 마을. 42명의 주민은 하루 종일 손바닥이 까지도록 죽공예품을 만들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1천원이 되지 않는 하루 일당의 90%를 고리대금업자에게 이자로 바쳐야 하기 때문. 놀랍게도 이들의 빚은 모두 합쳐 겨우 27달러(약 3만원). 은행이 담보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아 발생한 비극이었다.

그들에게 받았던 충격은 유누스 교수로 하여금 극빈자들에게 무담보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만들게 했다. 은행 설립 이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 가난한 사람들의 원금 상환율이 98%에 이르렀다는 것.

한 교수가 겪은 충격과 고민이 `가난한 자들은 게으르고, 빌린 돈을 갚을 생각 하지 않는 몰염치범`이라는 선입견을 방글라데시에서 깬 것이다. 유누스는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수상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빈곤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약자와 빈자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일침이 아니었을지.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이야기할 때, 언제나 가장 앞줄에 서는 오드리 헵번. 환한 미소와 단아한 자태로 한국에도 올드팬들이 적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아름다움은 영화계를 은퇴하고, 전 세계를 돌며 기아와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에 더 명백하게 증명됐다.

오드리 헵번 역시 2차대전 때 굶주림과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을 가진 인물. 그녀는 명예와 부를 동시에 거머쥔 후에도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국을 돌며 국제구호기금(유니세프의 전신)의 홍보대사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7월 사회 혁신 기업가의 성장을 돕는 `뷰티풀 펠로우` 사업에 참여할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br /><br />/연합뉴스
▲ 아름다운가게는 지난 7월 사회 혁신 기업가의 성장을 돕는 `뷰티풀 펠로우` 사업에 참여할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름다움이란 외형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로마의 휴일`이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출연했던 젊은 날의 오드리 헵번보다, 주름살 가득한 슬픈 얼굴로 굶주린 아이를 안고 있던 그녀를 더 아름답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지.

그녀는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중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가난과 병마에 붙들린 아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 아이 100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건 신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기회일 것이다.”

`되살린 미래`에는 무함마드 유누스, 오드리 헵번 두 사람 외에도 `나눔`과 `기부` `공동선`을 실천하고 지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의 이야기가 실렸다.

책의 마지막.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아래와 같은 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닌, 눈을 돌려 주위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생각을 눈곱만큼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새겨 읽어야 대목이다.

“나눔의 순환은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이는 삶의 자세이어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그 행위가 자선이 아닌 동행이 될 수 있다.”

마음 안에는 커다란 휴머니즘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나누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것인지를 몰라 고민하는 사람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책이다. 사실, 이런 게 진정한 의미의 `실용서`가 아닐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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