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 일부 유형 바뀌고
수학 몇 문제는 난도 상당
첫 절대평가 영어는 쉬워
포항지역 결시율 다소 상승
규모 2.0 미만 지진 4차례
우려했던 혼란은 발생 않아

지진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속에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당장 25일부터 치러지는 논술과 면접 등 빡빡한 대입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사상 최초로 일주일 연기된 채 진행된 이번 수능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관련기사 5면> 2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18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 이번 수능에서 1교시 국어영역은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려웠고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에서 수준별 시험이 폐지되고 일부 문제 유형이 바뀌어 비교적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2교시 수학영역은 이과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어렵다고 평가됐다. 문과계열 수험생들이 보는 `나형`은 9월 모평이나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객관식 마지막 2문제인 20번과 21번, 주관식 마지막 2문제인 29번과 30번 난도가 상당해 상위권 수험생들을 가리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처음으로 절대평가로 진행된 3교시 영어영역은 비교적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을 학생 비율은 상대평가였던 지난해 수능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비율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됐다. 새로운 유형 문제는 거의 없었고 배점 3점 문제도 듣기부분에 3개, 읽기부분에 7개가 배치돼 작년 수능이나 올해 모의평가와 같았다.

재수생 김민호(19)씨는 “설마 했는데 지난해 수능만큼 국어가 특히 어려웠던 것 같다”며 “독서영역에서 헤맨 것 같은데 난이도가 제법 있어서 시간도 평소보다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은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는 전반적인 출제경향에 관해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며 “기본 개념 이해와 적용 능력, 주어진 상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추리·분석·탐구하는 사고 능력을 측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 문항과 EBS 교재 연계율은 문항수를 기준으로 국어는 71.1%였으며, 수학 가형과 나형 70.0%, 영어 71.1%, 한국사와 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한문 모두 70.0%였다.

평가원은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12월 4일 정답을 확정 발표하며 수능 성적은 12월 12일 수험생에게 통보된다.

이번 수능의 최대 관심지역이었던 포항에서는 무사히 시험이 치러졌다. 수험생 6천67명 중 북구 4곳의 시험장에 배정됐던 수험생 2천45명이 남구의 대체시험장인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 등 4곳으로 옮겨 수능을 봤다.

이날 진동을 느끼기 어려운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이 4차례 발생했으나, 시험 진행에는 전혀 차질이 없었다. 시험장 인근에는 입실 시간 전 여진 발생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수험생 비상 수송용 버스 244대가 각 학교 근처에서 줄을 지어 대기하기도 했다.

우려했던 큰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지 않아 수험생들의 예비고사장 이동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학부모 이미경(47·포항시 장성동)씨는 “시험장에 아들을 데려다 주고 집에서 온종일 뉴스 속보가 있나 TV와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었는데 지진 소식이 나와 가슴이 철렁했다”며 “다행히 규모 1.7정도로 작고 시험장 안에 있는 수험생들은 잘 모를 정도로 약한 지진인 것 같아 남은 시간만 더 잘 버텨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번 수능에서는 지진 피해 지역인 포항 수험생 결시율이 소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수능 1교시 포항지구(울진·영덕고 포함) 지원자 6천67명 중 562명(9.26%)이 결시했다. 이는 지난해 결시율 8.22%보다 0.9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결시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연기된 수능일정과 더불어 대학 입시에서 수시모집의 비율이 높은 데다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않은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포항지역 일부 수험생 중에서는 언제 지진이 날 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시험을 치른 학생이 많았다. 이날 수능시험장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은 대부분 시험에서 해방됐다는 홀가분 함에 행복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진이야기를 꺼내자 곧바로 거부감을 나타내며 손사래를 쳤다.

김회경(18·오천고)양은 “시험장에 입장한 순간부터 매교시마다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은 흔들림이 느껴져 불안했다”며 “하지만 중요한 시험을 망칠 수 없어 지진을 머릿 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했고 시험이 무사히 끝나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