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료원 등 지역병원들
대피소 찾아 의료봉사 나서
적십자사도 상담전문가 파견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의료진과 심리상담사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이 건넨 “함께 이겨내자”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된다.

지난 15일 포항지진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지역 의료진들이 먼저 발벗고 나섰다.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원장 변영우)은 이날 오후 흥해실내체육관에 임시 진료소를 마련하고 부상자 상처 치료를 도왔다. 변영우 원장은 “지진 피해 규모가 컸던 만큼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을 것 같아 현장에서 직접 진료했다. 주민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스포항병원(대표병원장 김문철)도 온정을 더했다. 기온이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져 대피소 생활에 지친 이재민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신경외과 권흠대 척추·통증·관절 병원장과 소화기내과 이상원 진료과장, 신경과 정은환 진료과장은 지진 실내대피소 환호여중과 기쁨의교회에서 의료봉사를 펼쳤다. 감기와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특히 많았다.

권흠대 병원장은 “지진 피해 주민들 대부분이 지진 공포와 두려움에 의한 스트레스로 두통을 호소했다”며 “팔이나 목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면 지진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지진 피해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상담사들도 힘을 보탰다.

대한적십자사는 19일부터 경북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상담전문가 100여명을 포항지진 대피소 현장에 파견하고 계속되는 여진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주민들을 응원한다. 이들은 지난해 경주지진 발생 당시 1천624건의 심리회복지원 상담을 했던 전문가들이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재난 발생 시 대부분의 이재민들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개인에 따라 극복하는 시기와 방식은 다를 수 있다”며 “재난심리회복 지원활동은 정서적·심리적 응급처치로 회복 시간을 줄이고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북도교육청은 포항지역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심리안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의 하나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태현 전문의는 “지금 이재민들의 뇌와 신경은 충격으로 인해 매우 놀라고 흥분한 상태”라며 “안정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신경안정제 복용과 같은 의학적 도움은 회복기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약해진 이재민들이 걱정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편히 갖는데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 손길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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