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은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년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4 지진이 포항을 흔들었다.

지진은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1천700명의 이재민과 80여 명의 부상자가 생겨났고, 600억원에 가까운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경주 지진과 비교해보면 피해가 컸음에도 대응에는 분명 나아진 점이 존재했다.

먼저, 국가차원의 대처가 한층 나아졌다. 경주 지진 당시, 지진이 발생하고도 한참 후에 발송되는 재난문자가 큰 문제점이었다.

때문에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거쳐야 했던 과거와 달리 기상청이 직접 문자를 보내도록 하고 자동발송 시스템을 갖추어 문자발송체계가 개선되었다.

덕분에 이번 지진 발생 후 26초 만에 발송되어, 진앙과 먼 곳에서는 문자 발송 이후에 진동을 느끼는 곳도 있었다는 것이다.

포항, 경주 부근 대다수 교육기관과 공공시설에서도 경주 지진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경주 지진 당시 대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에 수차례 대피훈련을 진행하였고, 이번 지진에는 좀 더 침착한 대피가 가능했다.

많은 시민이 비교적 질서 있게 대피했다는 것이다.

지진 관련 언론 보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동대학교는 진앙과 불과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규모 교육시설로,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컸다.

복구와 점검을 위해 임시휴교령이 내려진 상태이지만, 피해가 극심하여 언제 다시 학기가 재개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진 발생 당시 학생과 교직원 수천 명이 큰 사고 없이 비교적 안전한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데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진 발생 직후 휴교가 결정되고는, 5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 학생이 고향집으로 출발하였다.

총학생회와 학교 차원의 노력으로 지진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대피훈련을 실시해 온 덕이었다.

재난 현장에서 빛을 발한 인간미 넘치는 모습들도 속속 전해졌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서로 손을 잡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학생들의 모습.

너나 할 것 없이 담요를 나눠 덮고, 얇은 옷차림으로 뛰어나온 학우들에게 서로의 옷을 나누던 모습.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서로를 다독이던 모습 등은 자연 앞에 무참히 무너진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의 온정의 손길은 집을 잃은 이재민을 돕고 복구 작업에 힘을 쏟는 등 포항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여전히 보인다.

수많은 이재민이 곧 무너진 집을 두고 나와 불편한 대피소에서 며칠씩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3천명이 넘는 학생들은 공부할 곳을 잃었고, 수만 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빨리 복구가 이루어져 포항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이 시급하다.

무너진 구조물에 대한 보강작업과 세심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 건축물 내진설계에 대한 정책적 차원의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안전한 대피 요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시민들이 아직도 많아, 지진 당시 무리하게 움직이다 위험하고 아찔한 상황이 여전히 발생했다.

대피소의 위치나 대피 후 요령 등 지진 이후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라 할 수 없다.

경주 지진 때보다 이번 지진에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두 차례의 지진을 경험 삼아 예고 없이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언제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진은 혹 다시 발생하더라도 건물이 무너지는 일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그래서 학생들이 공부할 곳을 잃어버리고 이재민들이 생겨나 고통받는 일들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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