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래DGIST 교수
2017년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올 해 우리나라 인구 천 명 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출산율이 1.17로 190개국 중 188위라고 하니 우울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또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의 실업률이 9%대를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OECD 국가들 중에서 상위 그룹에 속했고,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는다고 한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사회경제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청년의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등 이른바 3포 현상을 유발했고 결국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를 가져왔다. 출산율 저하는 곧바로 취학 아동 숫자 감소, 청년층 소비 감소와 국민경제의 성장률 저하로 이어졌다.

높은 청년 실업률이 가져온 악순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한국이 2018년에 인구 절벽을 경험할 것이며, 2020년에 가서 조금씩 체감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고졸 학생 숫자가 대학 모집 학생 수보다 더 적어져서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가 현안 과제로 부상해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런 문제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청년이 취업하기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다. 연구 결과 청년이 취업하기 좋은 일자리는 기술기반 창업에 의해 가장 효과적으로 창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기반 창업이란 스마트폰 앱이나 장난감 정도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는 것이다. 기술기반 창업에 의해 일자리가 창조되는 예를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자.

대구시 칠곡 스페이스에듀 오종현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수험생들의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문제은행 솔루션이나 학습 콘텐츠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아이템을 갖고 2012년 창업하였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지 5년 만에 8명을 고용하고 있다. 벤처창업가 1명이 5년 만에 8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조한 것이다.

대구시 성서공단에 있는 메카솔류션은 디지털 콘텐츠와 온오프라인 기술지원을 통해 전자부품 시장에 뛰어들어 디지털 유통업으로 2013년 창업하였다. 4년이 지난 올 해 27명의 청년을 고용하였으며,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뛰고 있다. 메카솔루션 정동화 대표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이나 교수로의 취업을 마다하고 창업을 선택하여 불과 4년 만에 27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조한 것이다.

구미 나인랩스 박성호 대표는 2015년 3D 프린터 개발과 생산에 특화하여 창업하였다. 고속 3D프린터, 카본 3D 프린터 등 다양한 3D 프린터를 연속적으로 개발하여 출시하고 있는데, 창업 3년 만에 5명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그는 올 해 경북경제진흥원, 경북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모두 6억3천만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나인랩스는 앞으로 3D프린트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이들 청년 벤처기업 대표들은 모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학원 이노베이션경영 프로그램에서 1년간의 경영자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마하는 자세를 갖고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필자는 이들로부터 우리나라 산업이 혁신을 통해서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조를 위해 기술기반 창업 진흥에 눈을 돌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기술을 조금이라도 보유하고 있거나 창업 관련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있다면 이들을 지원하여 기술기반 창업을 진흥하자.

모든 공공기관이 창업보육시설이나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년들이 한 가지라도 기술을 연마하고 창업하도록 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일과 길을 찾아가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