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지금 증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일 것이다. 이것이 한국 증시의 향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걱정은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이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신설 평택공장의 경우 이미 클린룸(clean room) 등 기초 인프라는 설치되었고, 올 12월부터 장비가 들어가면 두 분기 후 양산이 시작될 것이므로 내년 하반기 전에 반도체 주식을 차익실현 하겠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생각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역사적으로 공급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고정비 부담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물인터넷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가 본격화될 때 재빨리 설비투자를 해서 고정비를 먼저 회수하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규모가 예상보다 컸고 하이닉스나 마이크론, 심지어는 중국업체들까지 공격적으로 설비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를 혼돈스럽게 만드는 것은 반도체 수요 또한 예상외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최근 애플 아이폰 X가 출시되었는데 가격이 999달러이다. 한국에서는 140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이폰 대표모델의 가격 769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수요가 예상을 훨씬 웃돈다는 시장의 반응이다. 여기에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먼저 애플 앱스토어 안에 있는 콘텐츠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휴대폰이 초창기에는 손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작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이제 휴대폰이 커지고 비싸진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이 스마트하지 않아서 차별화하기 어려운 범용 제품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아이폰 X가 그렇지 않음을 입증했기 때문에 고무적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늘어날수록 반도체 수요는 증가한다. 사실 애플은 반도체를 덜 쓰기로 유명했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범용 운용체계인 경우 삼성을 비롯한 여러 시스템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무거울 수밖에 없고, 반도체를 많이 써야 하지만 애플은 단일 환경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애플조차 어쩔 수 없이 늘어나는 스마트폰의 기능 때문에 반도체를 더 써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반도체 수요 증가 추세는 스마트홈, 원격진료 등 앞으로 스마트폰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므로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반도체 관련 긍정적·부정적 기대가 교차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를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우선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하이닉스를 공매도하는 헤지(hedge)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반도체에 대한 노출은 서로 비슷한데 삼성전자는 하이닉스보다 우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즉 애플 아이폰 가격이 오를수록 삼성 폰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고, 또 삼성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OLED 솔루션을 갖고 있다. 그리고 3D 낸드 플래쉬 메모리에서도 하이닉스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켜보다가 반도체 시황이 공급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면 삼성전자마저 매도하면 될 것이다.

한편 IT장비도 수주절벽의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끝물이다. 장비가 모두 깔렸으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소모품 수요는 극대화되고, 또 안정적으로 발생하므로 수혜 업체를 주목해볼 만 하다. 특히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그 중간에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많이 삽입되므로 세정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문제는 수요가 증가해도 삼성전자에 협상력이 약해 단가 인하압력을 받으면 소용 없으므로 삼성전자가 할 수 없는 공정이거나 삼성전자 외에도 여러 글로벌 고객을 갖고 있는 납품업체로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