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철<br /><br />시인
▲ 이병철 시인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외로운 섬 하나 새우의 고향”이라고 고쳐 불러야 할 것 같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한 마리의 새우가 전 세계에 알렸다.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찬에 `독도새우`로 불리는 도화새우가 올랐는데, 지난주 내내 화제였다.

청와대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일본에 `한 방 먹인` 것이다. 이미 메뉴를 공개할 때 학명인 `도화새우` 대신 `독도새우`로 표기하지 않았나. 이 새우는 조선시대 안용복과 독도의용경비대장 홍순칠에 못지않은 공적을 올린 셈이다. 안용복, 홍순칠, 독도새우가 이제 독도의 3대 수호신이 되었다.

독도 인근 심해에서 주로 잡힌다는 이 새우는 크기가 압도적이다. 먹어보지 않아서 그 맛을 상상할 뿐이지만, 풍문으로는 킹크랩이나 로브스터보다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회로 먹고 구이로 먹고 찜으로도 먹는다. 청와대에서는 `독도새우를 넣은 복주머니 잡채`로 냈다고 한다. 언론사에 배포된 사진을 보면 상차림 우측 상단에 독도새우가 있는데, 잡채에서 따로 꺼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별도 요리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상차림 사진에서도 이 새우는 한국 지도를 펼쳤을 때 독도쯤 되는 위치에 늠름한 자태로 앉아 있다.

새우는 전 세계 바다와 담수에 2천900여 종이 살고 있다. 키토산과 칼슘, 타우린 등 양질의 영양소를 몸에 지니고 있으며 맛도 뛰어나다. 그래서 물고기도 좋아하고, 게도 좋아하고, 오징어도 좋아하고, 고래도 좋아한다. 새우를 사람만 좋아하는 게 아니다. 고생대에 출현하여 5억8천만년 동안이나 지구 생물들의 훌륭한 먹이로 사랑받았다. 유명한 새우들도 있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가 친구 버바와 함께 그물로 잔뜩 잡던 `버바검프쉬림프`, 무려 80억 봉지가 팔려 쌓아올리면 에베레스트산 25만개 높이이고, 펼쳐놓으면 지구를 1천2백 바퀴 도는 `새우깡`도 있다. 청나라 때의 승려 화가인 팔대산인(八大山人)의 그림에 등장하는 새우도 `인기 새우`다.

새우 요리는 무엇이든 다 맛있지만 나는 작은 보리새우를 기름에 튀기듯 볶은 것과 간장으로 담근 새우장, 민물새우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 그리고 대하구이를 좋아한다. 저수지로 붕어 낚시 다닐 때 미끼로 쓰려고 새우 채집망에 떡밥을 넣어 물속에 던져놓으면 민물새우들이 한가득 잡힌다. 되지도 않는 낚시 집어치우고 새우만 잡을 때도 있다. 호박 넣고 볶아먹어도 맛있고, 찌개를 끓이면 정말 시원하다. 대하의 경우 대천이나 강화도, 안면도에서 먹는 것보다 김포 전류리포구에서 한강 새우잡이 어부들이 잡은 것을 소금구이로 먹는 게 나는 좋다.

트럼프 만찬에 `쉬림프(shrimp)`를 올리는 것을 통해 청와대는 국제사회에 독도를 알리고, 매우 부당한 일본과의 영토 분쟁 상황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으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음식도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도화새우라는 본래 명칭을 사용했다면 `은유`가 됐을 텐데, `독도새우`는 매우 강력하고 분명한 `직유`이자 직설이 됐다. 우리 일상에서도 시험날 아침상에 미역국을 올리지 않는 것이나 수비 실책을 뜻하는 은어인 `알`을 까지 말라며 야구선수 밥상에 계란을 올리지 않는 것 등 음식을 `상징`으로 여기는 일이 자연스럽다. 음식의 상징성, 음식의 상상력이 몹시 재미있다. 음식도 시와 노래, 한 편의 영화, 표어나 포스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독도새우는 보여주었다.

아아, 나도 독도새우 한번 먹어보고 싶다. 한 마리에 1만5천원이라니, 이번 주 금요일에 여는 내 첫 시집 발간기념 북콘서트 입장료와 같은 값이다. 열 마리쯤은 먹고 싶은데 비싸서 못 사먹겠다. 그나저나 북콘서트에 오신 손님들께 독도새우 한 마리급의 즐거움이나 드릴 수 있을까. 기다려라, 독도새우. 한판 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