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파 9명 탈당
“보수대통합의 길 갈 것”
9일 자유한국당 입당 절차
현역의원·당협위원장 등
추가 탈당 줄 이을 가능성
원내교섭단체 지위 잃어
地選 앞두고 3당체제로

▲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홍철호, 김용태, 이종구, 김영우, 황영철, 김무성, 정양석 의원. /연합뉴스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의 6일 탈당 선언은 대구·경북(TK)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 텃밭인 TK지역의 한 축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통합파의 탈당으로 TK정치권은 한국당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3면>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이 오는 8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9일 한국당에 입당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김무성, 김용태, 김영우, 강길부, 정양석 등 통합파 8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성명서`를 발표하며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대구·경북(TK)에선 바른정당 소속 의원 2명 중 유승민 의원은 남고, 주 원내대표가 탈당키로 했다. 의원들의 탈당이 결행되면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함께 하지 않았지만 “통합파들과 함께 하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고, 유 의원은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탈당파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오늘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며“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와 안보위기 심화를 막아내기 위해 모든 보수세력이 하나 되는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수세력은 지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미연에 막지못한 잘못으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며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모든 성취와 영광까지 비판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헌정 중단이 우려되는 엄중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수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했다”면서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에게는 보수 분열의 책임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정당 2차 탈당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정운천, 박인순 의원 등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중도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놨고,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정병국 의원 등도 탈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의 타격은 크다.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고, 의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조금 지급일인 15일 전에 탈당할 것으로 보여 14억7천여만원의 보조금 액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상임위원장도 뺏기고, 원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된다. 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을 위해 예정해 뒀던 청년 아카데미도 모집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당장 시당 사무실 운영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 간판을 걸고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하는 TK지역 후보들은 물론 TK지역 당협위원장들도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명분없는 통합은 반대한다”면서도 향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탈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소속인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탈당행렬이 이어질 경우 한국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주 원내대표의 탈당으로 바른정당 소속 수성구의원 4명도 동반 탈당할 예정이며 대구시당 당직자들도 탈당 대열에 대거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친박핵심들의 제명이 현실화되면 TK지역 당협위원장들 일부도 한국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중이다.

TK지역에서 바른당 기반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던 포항지역 정가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바른당 포항시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이창균 바른당 수석전문위원,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 등의 차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른당 탈당의원들과 함께 통합파로 분류되고 있는 박승호 당협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입당 행보를 같이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이창균 전문위원은 현재 당내 각종 정책기획 등의 맡은 일이 많고 중요하다며 당내 잔류 방침을 정했다. 모성은 원장은 앞으로 중앙당의 방침과 포항시민 및 당원들의 의견을 좀더 들어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져 TK혈투를 벌여온 보수 진영은 한국당으로 급격히 재편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가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3당 체제로 변화하면 향후 바른정당 자강파, 그리고 국민의당 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돼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철화·박형남기자

    정철화·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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