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작가 이정옥씨
“앞으로의 바람은 민화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민화대학을 설립하는 일입니다”

요즘 세계화의 상징적인 목표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슬로건을 종종 접하게 된다.

우리지역에 바로 가장 한국적인 것을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20여년 동안 한 가지에만 몰두하고 연구해 온 사람이 있다.

바로 소소한 물건 하나하나에 생명의 영혼을 담아내는 민화작가 이정옥씨.

이씨는 대구 가톨릭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서양화를 작업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 무엇일까 생각해 왔던 이씨가 생각해낸 것은 바로 민화.

이씨는 일제시대 때 소멸된 민화를 익히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현대 민화의 1세대라 불리는 윤열수, 송규태 선생을 찾아 서울 등지를 오가며 배우고 익혔다.

이후 서울 포스코 갤러리, 대구 원미갤러리, 포항 와이즈맨 동부지구대회 등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가지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오는 3월에는 대구 냉천테마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민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전 겸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민화는 그리는 사람의 재주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인간사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겁니다. 그만큼 꾸밈없고 솔직한 작업입니다. 누구든지 관심을 가지고 마음만 먹는다면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이씨는 민화의 이런 특성을 내세워 민화 보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씨는 15여 년째 경주 양동마을의 작업실에서 민화작가들의 모임인 ‘진솔당’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진솔당의 회원은 모두 40여명. 회원들은 인근 대구, 울산을 비롯해 대전 등 전국 여러 지역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씨가 주축이 된 진솔당은 지난 2002년 ‘오사카전’과 지난해 ‘대마도전’, ‘모스크바’전 등 해외 초대전을 가지기도 했다. 올해는 교토와 워싱턴에서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처음에는 민화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민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배우러 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뿌듯합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대구 MBC 문화센터와 포항여성회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화요일이면 울산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과정부터 민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울산지역 초등학교 교사를 위해 강의하고 있다.

“울산에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직접 전화가 왔어요, 초등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민화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하고요”

“뿐만 아니라 요즘은 전국 각 지역에서 민화를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요.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형편이지만 민화를 알아가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보람과 자부심이 커집니다”

다른 민화작가들과 달리 특히 이씨의 작업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생활속의 민화’다.

이씨는 단지 예술작품으로서의 민화가 아니라 생활속에서 함께하며 호흡할 수 있는 생활속의 민화를 그리고 있다.

때문에 이씨의 그림은 부채, 거울 등 사소한 소품들에서부터 도자기, 햇빛 가리개, 식탁보, 고가구, 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변한다.

앞으로는 유리에 붙여서 쓸 수 있는 ‘스탠드 글라스’ 등 그 활용폭을 더욱 넓혀 갈 계획이라고 한다.

“민화는 우리민족만이 가진 고유의 문화입니다. 어느 나라도 이를 표현해 낼 수는 없죠, 이제는 민화가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최승희기자 shchoi@kb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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