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클래식이 함께하는 포항의 문화공간 "클래식북스"

▲ `향기가 있는 문화공간` 클래식북스를 운영하는 조신영 작가.

넓은 창을 통해 세상의 곡식과 과일을 익히는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위치한 `클래식북스(ClassicBooks)`에 들어서자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감미로운 선율이 가장 먼저 기자를 반겼다.

고풍스런 책꽂이엔 `일리아드 오디세이`와 `돈키호테`, `프란츠 카프카 선집` 등이 가지런히 꽂혔고, 향긋한 커피 향이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었다. `클래식`과 `책`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공간. 클래식북스가 지향하는 “책과 사람이 더불어 함께 크는 인문고전 북카페”가 어떤 의미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됐다.

지난 2015년 8월 문을 연 클래식북스가 고전음악과 고전(古典·오랜 기간 널리 읽힌 모범적 문학작품)을 아끼는 포항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중소도시와 서울 할 것 없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 `북카페`다. 그러나 그 이름에 값하는 북카페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이 과제를 하고,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떠는 공간으로 변색된 북카페들.

하지만, 클래식북스는 다르다. 표방하는 `운영원칙`만 봐도 알 수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통화는 바깥에서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들릴만한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도 금한다. 이는 클래식북스에서만은 `책`과 `클래식`에 집중하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였다.

뿐만 아니다. 클래식북스는 7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SLC(Seven habits Leading CEO)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고전을 읽고, 인문학 토론을 하며,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교류하는 모임이다. “회원이 7명만 돼도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올 4월 시작한 SLC연구회는 6개월 만에 예상의 열 배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보통의 북카페에선 보기 힘든 클래식북스의 운영원칙과 고전·인문학 프로그램의 배후에는 작가 조신영(54)씨가 있다. `성공하는 한국인의 7가지 습관` `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나를 넘어서는 변화의 즐거움` 등의 책을 쓴 조 씨는 자기계발 분야의 국제 강사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몽골, 홍콩 등에서 수백 회에 걸쳐 자기계발 세미나를 진행했던 조신영 씨는 `한국인문고전 독서포럼`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가 낯선 도시 포항에서 클래식북스를 연 이유는 뭘까?

“우연이었습니다. 이전에 독서모임 등을 함께 했던 지인이 이곳에 건물을 구입했고, 포항에 `의미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저 또한 도시마다 책과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 카페가 한두 개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기에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보증금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지요.(웃음)”

보통의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에 조금은 어색해하는 손님들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책과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오셔서 클래식북스를 즐기시면 됩니다. 한두 번만 와보면 여기가 특정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전화번호 등을 남겨 우리가 만드는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분들이 2천 명이나 됩니다”라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조신영 씨는 어릴 때부터 철학과 인문학, 고전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고전을 통해 우리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조 씨에게 SLC연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학생이 되는 공부모임이자 친교의 공간이다.

사업가와 교사, 의사와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SLC연구회 회원들은 책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더 나은 삶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토론을 할 때면 바흐와 헨델, 멘델스존과 쇼스타코비치가 배경이 돼준다.

클래식북스는 문을 여는 순간부터 폐점할 때까지 고전음악이 흐르는 스피커를 끄지 않는다. 관악기와 현악기의 조용한 하모니는 독서의 집중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 포항시 양덕동에 자리한 클래식북스.
▲ 포항시 양덕동에 자리한 클래식북스.

조신영 씨를 포함한 SLC연구회 회원들은 “한 시간의 독서로 가라앉지 않는 슬픔은 없다”라는 문장을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클래식북스가 발행한 뉴스레터에 실린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의 `모두 다 꽃`이란 작품에 등장하는 `빛`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장미는 어떻게 심장을 열어

모든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주었을까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

빛의 격려 때문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책 속에서 `길`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하피즈가 말한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 빛`이란 SLC연구회가 읽고 있는 `고전`과 동일한 의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신영 씨는 “클래식북스와 같은 곳이 포항만이 아닌 다른 도시에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수익만을 창출하는 카페가 아닌 책과 고전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도 몇 개쯤은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 덧붙일 의견이 없었다.

`클래식북스`와 `SLC연구회`에 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들은 054-255-0911로 문의하면 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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