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해마다 가을이 오면 분주해지는 국가기관이 있다. 국회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이 대한민국의 국가구성 요소의 핵심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국회는 각종 법안을 제정하는 기관이지만, 행정부를 견제-비판하는 구실도 한다. 현대국가처럼 행정의 권한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경우 국회가 수행해야 할 책무 가운데 하나는 올바른 비판과 균형 잡힌 견제의 기능이다. 이런 점에서 가을에 진행되는 국정감사는 심대한 의미를 가진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감사란 “법적 권한이 있는 기관이 단체나 조직의 업무상황을 감독하고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법적 권한을 가진 대표적인 감사기관은 감사원이다. 그러하되, 감사원장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반면에 국회는 다수당에서 의장후보를 내고 국회의원들이 찬반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 국정감사는 감사원 감사와는 그 형식과 내용을 달리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3일 경북대와 경북대병원, 강원대와 강원대병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경북대에서 실시됐다. 경북대는 홈페이지를 이용해 감사실황을 생중계함으로써 정보소통과 공개에 노력한 바 있다. 그날 두 시간 남짓 진행된 국회의 국정감사는 실망스러웠다는 게 중론이다. 턱없이 부족한 시간도 그렇거니와 국가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인 경북대와 강원대를 대상으로 한 국감의 중요성을 의원들이 자각하지 못한 듯하다.

자유한국당 아무개 의원은 할애된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강원대병원 문제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같은 당 소속 아무개 의원은 대학병원의 누적적자를 질타하는 호의를 보였다. 국감의 스포트라이트는 경북대 총장문제로 한정됐다.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장후보 1순위자가 아니라, 2순위자가 총장이 된 연유를 묻는 질문이 거푸 나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쏟아낸 질문의 요체는 2순위자의 교육부와 청와대 청탁여부였다.

전임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최 아무개와 경북대 총장의 지연과 학연을 물고 늘어지는 구태마저 머리를 내밀며 적폐를 연출했다고 한다. 2순위자가 총장에 임명된 지 어언 1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우리는 2014년 9월부터 2016년 10월 하순까지 이어진 경북대 총장 부재사태를 기억한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 5월의 태양 아래 세종시 정부청사 교육부 앞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연좌 농성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일 국회를 방문했을 때 문제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던 의원들을 우리는 낱낱이 기억한다. 그러나 1년여 세월이 흐른 뒤 문제해결의 돌파구는 교육부와 경북대 교수회 양자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그것의 종착점은 느닷없는 2순위자 낙점이었다. 지난 국감의 초점은 어떻게 2순위자가 1순위자를 떨어뜨리고 총장자리에 올랐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경북대 총장에게 진지하게 물은 국회의원들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생각한다.

사태의 핵심은 총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결정을 내린 교육부와 청와대에 있지 않을까?! 정말로 경북대 총장선임 과정에 의구심이 있다면 당시 교육부장관과 정무수석 그리고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 국립대 총장부재와 2순위자 낙점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거덜 내고 있는지, 대안은 없는지, 그것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총장 궐위사태가 해결되고 난 이후 경북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물어야 하지 않았을까?!

진정 국립대 총장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은 지난 3년 넘는 세월 무슨 노력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감사의 핵심은 당해 기관의 오류와 실패를 질책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있다.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나 높이고,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재삼재사 삿대질이나 하는 구태의연한 적폐감사는 바로 잡아져야 할 것이다. 이번 경북대 국정감사 실황을 보고 들으면서 느낀 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