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한<br /><br />경북부
▲ 김두한 경북부

문경, 예천 등지에서 명이나물 재배에 성공해 생산, 시판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다. 울릉도 명이는 연 2m가 넘는 눈이 내리는 울릉도 눈 속에서 성장하는 특산품이다. 최근에는 경남 거창군 가북면에서도 3년생 산마늘 씨뿌리 6만3천 촉을 29농가에 공급 재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지역들에 연간 2m가 넘는 눈이 내리는지 궁금하다. 산 마늘이 울릉도에서 명이란 이름이 붙여진 연유를 알면 육지에서 함부로 `재배`한다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울릉도의 명이는 옛날 울릉도 개척민들의 구황식물이다. 겨울철 눈이 하도 많이 내려, 먹을 것이 없어 어렵게 겨울을 보내고 봄에 눈이 녹으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파랗게 자란 나물을 캐 뿌리는 삶고 말려 가루를 만들어 수제비나 떡으로, 줄기와 입은 반찬을 만들어 먹으면서 명(命)을 이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릉도 선조들은 애초 이 나물이 산 마늘인 줄 몰랐다. 단지 명을 이어주는 귀중한 신비의 식물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일 뿐이다. 따라서 울릉도에서 연세가 많은 토박이들은 명이에 나물을 붙이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그냥 명이라고만 부른다. 생명을 이어준 신비의 식물을 감히 나물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 산 마늘이 인기를 끌자 육지에서도 명이라고 부르며 재배해 판매까지 하려고 나서고 있다.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함부로 명이란 이름을 갖다 붙이지만 육지에서 생산되면 그냥 산 마늘이다. 명이는 울릉도에서만 생산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연중 울릉도만큼 눈이 내리는 지역은 없다. 명이는 이 눈 속에서 추위와 싸우며 얼었다 녹았다 하는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야 달고, 맵고, 향긋한 독특한 맛을 내는 귀한 명이를 육지에서 아무렇게나 재배해 `명이나물`이라며 판매하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은근히 울릉도 명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거나 명이라는 이름으로 울릉도산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데 대한 규제책이 현재는 없다. 따라서 울릉군이 나서서 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울릉도 명이가 인기를 끌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울릉도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돈이 되니 마구잡이로 채취해 울릉도의 산도 마구 훼손되고 있다. 경찰의 단속은 한계가 있다. 울릉주민들도 고향의 특산물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명이 뿌리의 육지 반출을 차단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특산품은 그냥 명성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