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원전 축소 권고에
대통령도 탈원전 거듭 천명
신규 건설 백지화 더불어
월성 등 재가동 물 건너가
지역경제 위기 봉착 우려
경북도는 기존 방침 고수
클러스터 계획 추진 밝혀

동해안 원전 지역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동해안 지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됐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은 재개하되 탈(脫)원전정책 기조를 이어가도록 권고한 탓이다.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20일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를 권고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의 차질없는 중단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나서 동해안 신규원전 건설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 됐다.

<관련기사 4·11면> 문 대통령은 22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통해 “공론화위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면서 “다음 정부가 탈원전기조를 유지하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론화위는 “신고리 건설재개 59.5%·건설중단 40.5%로 조사돼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한편, 원전축소 53.2%·유지 35.5%·확대 9.7%로 나타났다”며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정책 결정을 할 것을 권고했었다.

이번 공론화위의 원전 축소 권고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동해안 지역 신규원전 건설 및 노후 원전 수명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기 전 확정했던 정부의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은 모두 6기다. 한울원전 1, 2호기 대체 원전으로 건설이 추진되던 울진에 신한울 3·4호기와 영덕 천진원전 1, 2호기, 아직 부지와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2기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국정감사 업무보고서 등을 통해 이들 6기의 건설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천지1·2호기는 지난 6월 환경영향평가 용역과 부지 매입을 중단했고 신한울 3·4호기 역시 지난 5월에 설계 용역을 취소한 상태이다.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도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1호기(2022년 11월 20일)도 폐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5년 30년의 수명을 다해 10년 수명연장이 허가돼 가동중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이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취소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어 계속 가동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는 2029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 10기의 운명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울진 한울 1~2호기, 경주 월성 2~4호기, 고리 2~4호기 등이다. 가장 먼저 수명 만료일이 도래하는 원전은 고리2호기(2023년 8월)이다.

수명 만료일이 문 대통령 임기 이후지만 정부는 연내 발표 예정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 수명연장 불허 방안을 못박기로 했다.

정부 계획에 따라 월성1호기를 포함해 동해안에 가동중인 11기의 노후 원전이 수명 연장 없이 순차적으로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경북 동해안 경제가 심한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되면 2022년까지 지역자원시설세, 지원사업비 등 연간 세수 440억원이 줄어든다. 경주시가 월성 1호기 재가동 대가로 한수원으로부터 받는 지역발전 상생 협력기금 1천310억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영덕군은 천지원전 건설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반환해야 할 입장이다. 울진군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원전가동에 따라 거둔 지방소득세, 지역자원시설세 등 세금만 4천183억원에 이른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각종 세금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800여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경북도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상관 없이 기존 방침대로 원자력연구와 안전에 중점을 둔 원전클러스터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북은 당초 2028년까지 동해안일대에 13조원을 투입해 원전클러스터를 만든다는 계획을 일부 수정, 신규원전 건설대신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안전과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경주 감포 관광단지에 원자력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이곳에 제2원자력연구원, 원전해체센터, 한·중·일 원자력안전협의체 등을 유치하고 연구실험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동해안 주민이 그동안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한 만큼 정치적 배려가 필요하다”며 “신규원전 대신 이미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원자력연구단지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전준혁기자

    이창훈·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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