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문화도시의 생명에너지 포항 Green way (9)
도심 생태하천 복원사업

▲ 칠성천 하구(현재 송도조선소·1910년)

1970년대 포항철강공단 조성되면서
각종 폐수 유입으로 수질오염 시작
1980년대 두호천부터 복개공사 나서
2003년까지 도심하천 모두 지면 아래로

시, 올해부터 4대하천 4.9㎞ 복원 추진
타당성 조사·기본계획수립 용역 나서
도로·주차장 등 시설물 철거로 물길 터
우·오수 분리사업 완료땐 수질회복 기대

□ 초록빛 맑은 물이 시커먼 흙탕 물로

1960년대 후반 인구 6만2천 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포항시는 칠성천, 양학천, 학산천, 두호천 등 4대 하천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초록빛 맑은 물에는 망둥어, 볼락 등 수많은 어족자원들이 서식했고 평소에는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여름철에는 어린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 변하며 서민들의 생활 터전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1970년대 들어 포항종합제철소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수십, 수백여곳의 공장이 조성되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하천에 각종 생활폐수와 공단폐수가 유입돼 수질오염이 시작된 것이다.

청정 1급수를 자랑했던 4대 하천은 불과 10여 년 만에 수심 1m깊이도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물로 변했고 하천에서 시작된 칙칙한 썩은물은 악취를 풍기며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어 강과 바다까지 오염시키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랐다.

급기야 1980년대 후반부터 형산강과 영일만 포구에서 등이 굽은 기형물고기가 잡히기 시작했고 연안에서 잡힌 해삼, 조개 등 어패류에서는 기름냄새까지 풍길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1990년대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수질회복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포항시는 하수종말처리장 건립을 통한 오·폐수 정화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하수종말처리장은 새롭게 발생하는 오·폐수에 대책일 뿐 이미 오염된 하천의 수질회복을 위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 양학천(1960년대 추정)
▲ 양학천(1960년대 추정)

□ 시대적 트렌드 복개공사

4대 하천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고심하던 포항시는 마침내 죽은하천으로 전락한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는 복개(覆蓋)공사를 하기로 했다.

당시 복개사업은 미관개선을 통한 도시이미지 제고, 여름철 악취·모기 등으로 인한 피해 예방, 부족한 토지확보 등을 명목으로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비록 일부 환경단체에서 “하천을 복개하면 수질오염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미 복개사업이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터라 공사는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됐다.

▲ 양학천 일부(1985년)
▲ 양학천 일부(1985년)

포항시도 1980년대 중반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목적으로 일찌감치 복개가 완료된 두호천(1.7㎞)을 제외한 나머지 미복개 3대 하천에 대한 공사에 착수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덮이기 시작한 이들 하천은 포항시가 1990년대 들어 도로 및 주차장 조성을 목적으로 한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바뀌게 됐다.

우선 죽도시장 옆을 흐르는 칠성천 4.5㎞ 구간을 복개했다.

당시 여론은 4대 하천 중 오염상태가 가장 심각했던 칠성천은 마치 기름유출사고를 연상케 하듯 하천 전체가 시커멓게 변한 모습으로 죽도시장을 찾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시키고 더 나아가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포항시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15억 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106억 원을 들여 남빈사거리~죽도어시장 사이를 흐르는 칠성천 위를 콘크리트로 덮고 아스팔트 포장을 깔았다.

또 현재 롯데백화점 포항점 인근에 흐르는 학산천 1.9㎞ 구간과 양학동과 죽도파출소, 고속버스터미널을 잇는 양학천 3.5㎞도 각각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2003년까지 복개공사가 완료됐다.

이로써 포항지역 도심을 통과하는 4대 하천은 모두 지면 아래로 들어갔고 현재는 포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들 복개지역이 원래부터 온전한 토지였다고 착각할 정도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게 됐다.

▲ 칠성천 복개 전(1992년)
▲ 칠성천 복개 전(1992년)

□ 청계천의 성공과 생태하천 복원사업

1990년대 복개사업이 한창 진행될 때만 해도 모두 콘크리트로 덮일 것 같았던 대한민국 주요 하천은 뜻밖의 계기로 갑작스러운 전기를 맞게 됐다.

2005년 서울에서 전국 최초로 시도된 복개천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환경을 복원하고,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위해 청계천을 복개해 만든 청계천로와 청계고가로를 철거해 청계천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총사업비 3천600억 원, 연인원 69만4천여 명이 투입된 대공사가 완료되면서 서울시민들은 종로구 태평로 1가의 동아일보사 앞에서 성동구 신답철교에 이르는 5.8㎞구간 하천변을 직접 걸을 수 있게 됐다.

복원된 하천에는 수심 30㎝ 이상의 물이 흐르고, 나비·방아깨비 등 곤충 모양과 지역적 특색을 형상화한 21개의 교량이 새롭게 들어섰다.

이후에도 다양한 광장과 조경·조명시설을 갖춘 테마공간이 추가로 조성되면서 청계천은 오늘날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청계천의 성공신화는 타 지자체에도 상당한 자극제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자체들의 관심을 반영해 청계천의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자 지난 2009년 `청계천+2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총 사업비 2천412억원을 투입해 2009~2010년 연간 10개 하천씩 20개 하천을 대상으로 실시한 1~2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해마다 전국의 10개 하천을 대상으로 도심하천 생태복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로 충남 천안시 성정천, 경기 부천시 심곡천 등 전국 주요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복개하천은 도심 속 수변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복원된 하천은 생태계 복원, 시민 휴식공간 기능은 물론 바람길 확보로 대기 오염물질을 낮추고 도심지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 칠성천 복개 완료(1992년)
▲ 칠성천 복개 완료(1992년)

□ 포항시가 그리는 복개천 생태복원

포항시도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올해부터 칠성천 등 4대 하천 4.9㎞ 구간을 복원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에 했다.

포항시 도심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우선 2억 원이 투입돼 지난 2월부터 11개월 간 사업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복개공사 후 도로 및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4대 하천의 시설물 철거로 물길을 복원해 수생태계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19년 말 우·오수 분리사업이 완료되면 하천에 우수만 유입되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과거 수질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 3월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 7단계 수질환경기준에서 2번째 등급인 `좋음`으로 나타나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양학천 복개 공사(1994년)
▲ 양학천 복개 공사(1994년)

다만, 4.9㎞라는 짧지 않은 구간을 모두 복원하려면 수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돼 국비확보가 우선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우리도 서울의 청계천 같은 수변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칠성천을 성공적으로 복원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또 “시민들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도심에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포항시가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일궈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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