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최근 원화가치가 인터넷 검색어 인기순위에 자주 오르내린다. 환율이 한국사람의 재테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만큼 우리나라가 불안하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얼마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10.7%까지 상승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의 자녀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며 구직자가 다소 많아진 탓도 있지만 한국의 주력산업인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증거다. 한국은 구경제 중심이고, 그것도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어 취약하다. 가장 고용유발효과가 큰 자동차가 벌써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 증거일 것이다. 따라서 원화가치가 장기적으로 절하될 것이고, 그래서 해외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순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먼저 반도체 호황에 의한 착시 효과일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반도체 수요가 늘 줄 몰랐고,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반도체 산업 내 경쟁이 완화될 줄은 정말 몰랐다. 과거 대만 및 일본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이어나갈 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가 구조조정 되었다고 하지만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런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미국의 덕을 지금은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커 가고 있는 중국이 자국 반도체 수요만으로도 투자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중국의 반도체 시장진입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하며 자본재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에 순수출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다. 즉 무역수지도 불황형 흑자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도 해외 현지 생산 비율을 높였기 때문에 수출이 경제를 설명하는 부분은 많이 좁아진 상태다.

한편 우리 기업들이 투자 기회를 잃어버리며 기업 내 자금은 오히려 남는다. 이제는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주체에서 꿔주는 주체로 변모했다. 채권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것이다. 기업들이 돈을 빌리지 않으니 은행들도 자금이 넘친다. 은행들은 그 동안 대기업 자금조달 창구의 역할만 해서 별다른 금융기법이 없고, 남는 자금을 채권 매수하는데 사용한다. 그 결과 채권가격은 더욱 오르고, 그 만큼 금리는 하락한다. 금리가 낮게 처진 가운데 늘어지는 모습은 활력을 잃은 경제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탄력이 떨어진 한국경제를 외국인 투자자들은 떠날 것이다.

사실 애플을 포함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돈이 남아돌며 채권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자사주 매입도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미국 정부가 투자하라고 기업에 풀어 놓은 돈은 채권에 투자되며 장기금리를 낮추고 있고, 이는 장단기 금리차를 먹고 사는 상업은행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의 역기능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끝으로 북한은 빅딜(big deal)을 하기 위해 핵미사일 기술을 완성시킬 것이다. 그럴수록 미국은 긴장한다. 미국이 북한을 때릴까? 어렸을 때 내 동생을 힘으로 눌렀더니 동생은 내 공책을 찢었다. 북한도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볼모인 한국을 공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만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안심할 수 있도록, 즉 북한이 불장난을 포기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누가 해야 할까? 한국의 재정부담이 증가할수록 통화가치에는 부담이 된다.

사실 가장 근본적인 원화절하 요인은 한국의 인구구조다.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한국은 하락하는 출산율을 방어하지 못했다. 육아 보조금을 주며 출산율 하락폭을 제한했던 선진국과는 다르다.

노인들은 자신만 늙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돌봐야 하는 젊은이들의 일손도 빼앗아 간다. 그 만큼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는데 세수는 예상을 크게 하회할 것이다. 결국 원화가치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