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연구가 이하우씨
경북매일신문 문화면은 매주 토요일 암각화 연구가인 이하우씨의 정감있는 우리 문화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이하우씨는 한국식 바위그림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일대의 바위그림을 발견, 조사한 바위그림 연구자로서 몽골, 시베리아, 바이칼 일대의 바위그림과 호주 아보리진의 바위그림을 연구했습니다. <편집자 주>

우리 땅에는 옛날 선인들이 남긴 셀 수 없이 많은 유물 유적이 있다.

그 중에는 바위를 소재로 하여 표현된 것이 많아서 우리 나라를 ‘돌의 나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바위에 대해 ‘빠꼼’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또 저렇게 손길이 닿은 잘난 바위는 이미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서 걸맞게 대접받고 있는 것도 많고, 미술사적 중요성으로 나라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도 많다.

그런 ‘문화재’의 그늘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온 또 다른 바위들을 이 땅의 산길 들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를 일러서 ‘바위문화’라 하자.

고향 뒷산의 그럴듯한 바위에 은근슬쩍 눈도 새기고 입도 남겼다. 자연의 바위에 사람이 점안하듯, 그렇게 天人合作의 예술품을 만들어 낸 만만찮은 손길, 그 손길에 담긴 선조들의 숨결을 읽어내는 것, 이것을 또 하나의 잊혀진 문화코드로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문화의 향기를 찾아서’의 첫 번째 장으로 ‘또 하나의 문화코드, 바위문화’라는 주제를 갖고 당분간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우리함께 그를 찾아 나서자. 이 잊혀진 문화를 수면으로 끌어 올려서 함께 얘기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거북바위(남해 금산)

“아이들이 이 큰 바위 얼굴을 눈앞에 보면서 자라난다는 것은 굉장한 행복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의 모습은 고상했고 표정은 장엄하고도 부드러워서 마치 그 크고 따스한 마음이 온 인류를 애정으로 감싸안고도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단지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교육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 계곡이 그토록 비옥한 것은 그 자비로운 큰 바위 얼굴이 항상 밝은 웃음을 띠고 계곡을 굽어보면서 구름을 적당히 모으고, 그 구름의 온화함에 햇살이 스며들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다니엘 호오도온 ‘큰바위 얼굴’중의 이야기처럼, 자연에 담긴 예술품이 그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심성을 어루만져 준다.

그렇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포근히 데워 이 땅에 살던 이들을 평온케 하고 국토를 아름답게 하던 것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에서부터 ‘바위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한다.

동구 밖 커다란 바위에서부터 저 언덕너머의 바위 고개에 두루 널린 것이 향수 어린 바위이다. 그 곳에서 천년을 살며, 스쳐 지나는 많은 이의 삶을 지켜 본 것도 바위이다. 그러했던 세월의 두께와 묻어있는 흔적을 살피는 것이 바위가 지닌 문화를 풀어보는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산과 들이 있고 그 곳엔 바위가 있다.

이러한 바위 바위에는 옛 님들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가 또렷이 남아 있다. 그 흔적을 따라 방방곡곡을 다녔다.

우리고장 장기의 해변과 호미 곶, 호동의 야산과 같은 외진 곳으로부터 경주의 남산, 남해의 금산, 익산 미륵산 속을 다녔다. 모두 좋은 땅이고 좋은 바위를 품고 있었다. 몇 몇의 바위는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보았기에 이름을 얻은 것도 있다. 할매 바위, 알터 바위, 용 바위, 거북 바위….

듣고서 일부러 찾기도 했고, 가다가 보니 그곳에 서 있는 바위를 만나기도 하였다.

나의 바위와의 인연으로 친다면 전생에 석수장이는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때의 장인의 마음이 되어 바위문화를 찾아간다.

님도 이 길에 동행하시라.

    윤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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