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용 생활경제팀

“남편이 `갔다 올게`라고 말할 때 `잘 다녀와`라고 했는데….”

붉은 대게 조업을 위해 독도 근해로 향하던 통발어선 803광제호(27t) 전복 소식이 알려지고 만 하루가 흐른 31일.

광제호 인양장소를 찾은 실종자 손강호(55)씨의 부인은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훔치며 믿기지 않는 현실에 혼잣말을 내뱉었다.

몇몇 지인이 부인을 곁을 지키며 위로를 건네 보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부인은 말문조차 열지 못했다.

눈물로 흥건히 젖은 손수건을 든 채 울부짖는 부인에게는 뜨거운 땡볕에 앉을 의자조차 제공되지 않아 보는 이 마저 가슴에 서러움이 일었다.

인양 현장을 함께 찾은 지인들도 “여기 책임자가 누구기에 이렇게 사람을 방치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려보지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종자의 가족이 있는지조차 모르는지 이따금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퉁퉁 부은 눈으로 구룡포 앞바다를 바라보며 망부석처럼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부인 옆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더욱 속을 아리게 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달려 온 몇 사람이 인양 작업에 땀 흘리고 있는 수협직원 10여 명을 보고서는 한마디씩 거들었다.

“전에는 사고가 나도 수협에서 저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요즘 많이 변했나보다…”하니 “무슨 소리, 사고선박의 선주가 수협 조합장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다른 한켠에선 “사고를 당한 가족들에게도 저런 자세를 보여줬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되묻는다. 큰 사고가 터졌을 때 함께 돕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이라 생각돼 처음엔 수협직원들의 땀방울이 멋있어 보였는데,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인양 풍경이 사뭇 달라 보였다.

인양 작업을 위해 광제호의 물을 걷어내는 이들의 손길이 자갈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여인의 볼에 흐르는 눈물에도 닿았더라면 `조금이나마 애통한 심정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주위에 들리는 소리는 이 곳 현장뿐만이 아니다.

사망 실종자 3명의 연고를 둔 어느 지역의 행정 당국도 인정이 메말랐다는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동해안에서는 어선 사고가 나면 대부분의 지역 연고 행정 당국이 지역민의 횡액을 위로하기 위해 관련 공무원을 보내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관례인데, 이날 이들의 발길을 볼 수 없었다.

해당 기관장이 짬을 내기 어렵다면 실·과장 등 실무자라도 보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보듬어주는 성의를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가족을 잃고 경황이 없을 유족들이 위로행차를 기대하고 있지도 않겠지만 자그마한 성의라도 보이는 것이 민본시대 행정 당국의 업무 중에 하나일텐데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실종자 가족들은 영일만에서 31일부터 열리고 있는 해경청장배요트대회에 나온 요트들의 행렬을 멀리서 지켜봐야 할 듯하다. 주최 측은 사고가 안타깝지만 여건상 대회는 그대로 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회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과 요트 행렬이 묘하게 오버랩되니 왠지 더욱 씁쓸하다. 구룡포항에서 광제호 선박인양 과정을 지켜보자니 `평생을 성실히 살았을터인데, 힘없는 선원들은 죽어서도 서럽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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