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푸름<br /><br />소설가
▲ 나푸름 소설가

최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는데 묵었던 두 곳 모두 집주인 없이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이뤄졌다. 마음에 드는 부분도,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득이 되는 부분이 더 컸다. 비용 대비로 따지자면 12인실을 예약할 가격에 원룸 하나를 빌리는 격이었으니 경제적이었고 여행지에서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물론 나 자신이 여성 여행객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에어비엔비의 많은 숙소가 공식적인 숙박업체가 아닌 개인이 운용하는 간이 숙소라 편차가 있다는 점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후기를 찾아보고 각각의 호스트에 대해 알아본 뒤에는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광고된 방들 대부분이 꽤나 그럴듯해보였고, 이상적으로만 운영된다면 중개사와 집주인, 여행객 모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사업 모델처럼 보였다. 그런데 귀국 후 얼마 되지 않아 에어비엔비를 통해 일본 숙소를 예약한 한국인 여행자가 일본인 집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을 접했다. 나는 무사히 여행을 마쳤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러지 못했다.

에어엔비의 안전성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가 있다. 인종차별과 몰카에 관련한 사건도 있었으며, 지난 2월에는 한국인 여행객이 예약한 일본 숙소에서 자살한 시체와 마주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문제는 숙소와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숙박 공유 사이트가 실질적으로 여행자들을 보호해주거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 사이트는 여행객이 집주인과 만나는 최초의 장소였으나, 작은 사기꾼들의 빈번한 활동지인 `중고나라`와 마찬가지로 상품에 대한 보호와 안전에 관한 보장은 해줄 수 없는 곳이었다.

에어엔비의 숙소 등록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과 중개료와 예약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은 2008년에 문을 연 스타트 업 회사가 단기간 내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한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중개되는 숙소에 내제된 위험 가능성을 짐작하게 할 만한 근거이기도 한다. 집주인은 사진을 보정해서 대여해줄 공간을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 있고, 그들의 방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위험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숨길 수도 있다.

반면 회원이 숙소 선정에 있어 기댈 곳은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와 실제 호스트의 인성 정도이다. 호스트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슈퍼호스트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후기와 응답률을 통해 만들어진 통계적인 결과일 뿐 확실한 대안은 되지 못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안전 검증은 위험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인 예방으로 이어지기보다 문제를 고착화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의 안전을 싼 값의 그럴듯한 숙소와 바꾸는 것처럼 돼버린다.

공유경제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줬던 에어비엔비와 같은 사례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승객과 운송 차량을 연결해주는 해외의 모바일 앱인 `우버`가 그렇고, 국내의 숙소 공유 사이트인 `비앤비히어로`, 차를 공유하는 모바일 앱인 `쏘카`와 `그린카`, 책을 공유하는 사이트인 `국민 도서관 책꽂이` 등이 그렇다. 모두 공유의 개념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운 사업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이루어진 바탕에는 저렴한 가격과 같은 경제성과 효율성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믿음과 신뢰 또한 있었다. 나눌수록 이익이 커지는 공유경제의 사업 모델은 내 것을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신뢰마저도 어느새 안전을 걸고 하는 모험이 되어가고 있다. 공유경제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