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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

2013년 노벨 화학상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생화학 및 화학과의 아리에 워셜 교수를 비롯해 하버드대 화학과의 마틴 카플러스 교수, 스탠퍼드대 구조생물학과의 마이클 레비트 교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특히 카플러스 연구실에서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참(CHARMM)`은 화학은 물론 생명과학과 소재공학 분야에 실로 큰 영향을 미친 프로그램이다. 분자구조를 연구하는 거의 모든 연구실에서 `참`을 사용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부터 단백질이나 핵산, 생체막과 같은 생체 분자 연구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참`을 활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들의 움직임을 컴퓨터 안에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인류가 개발한 치료제 대부분은 유기화학적인 합성 연구 방법에 의존해 개발되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바이오 기술과 `참`과 같은 컴퓨터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질병 치료의 핵심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치료 효능을 지닌 신약개발에 달려있는데, 신약개발 연구에 자신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연구자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개의 화합물에서 임상 개발에 적합한 한줌의 화합물을 찾으려한다. 이 과정은 약품 표적과 선택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화합물을 찾기 위해 생물활성이 있는 화합물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 과정으로 화합물의 안전성을 비롯하여 약품에 적합한 다른 특성으로 넘어간다. 이때 전 임상시험에서 독성이 발견되면 계속 진행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따라서 부작용과 독성을 예견하는 컴퓨터 접근법이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신약 개발 프로세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이 독성과 부작용 예측 도구에 대한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약품 부작용에 숨어 있는 기전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로는 많은 화합물의 제한된 유효성과 짧은 시간의 독성 확인 필요성과 관찰된 독성전달 생물표적 식별의 어려움이 과장되기도 한다. 부작용은 약품이 의도하는 작용 결과이거나 뜻하지 않은 활성 때문이다. 신약 개발과정 초기에 화합물의 과녁을 벗어난 활성을 빠르고 쉽게 확인하고 상업적으로도 쓸 수 있는 방법은 독성학자에게 꼭 필요한 도구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는 신약 개발에서 독성과 부작용을 미리 찾아내고 최종 개발하고자 하는 신약 후보물질의 안전성 평가를 개선하는 새로운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이 접근법은 개발 단계 초기에 후보 약품의 결합을 예측하고, 어떤 화합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마련하는데 유용하다. 표적을 벗어난 활성과 독성, 그리고 부작용과 관련된 예측 능력은 화학자들이 신약 개발 시작 단계에서 화합물의 효능뿐만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지침이 될 수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신약개발 과정에 적극 포함시키는 전략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임상시험을 직접 진행하지 않아도 여러 가지 조건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개발 연구는 신약개발 과정에 발생하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학문적으로, 산업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건강증진이라는 측면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국가 미래 산업을 책임져야 할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첨단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그 중요한 신약개발 과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 개발 분야에서 헌신할 인재를 양성함과 동시에 뒤쳐진 국내 기술을 속히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국가를 위해 이러한 미래 산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