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시속 900km의 속도로 운항하는 초고속 여객기를 타고 한국에서 미국까지 가는데 약 12시간이 소요되며, 또다시 미국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 아르헨티나로 날아가는데 약 12시간이 소요된다. 꼬박 24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가는데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60억의 인구를 수용하고 있는 지구는 그만큼 크고도 광활하다. 하지만 미국에 있든, 아르헨티나에 있든, 유럽에 있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든, 그 누군가가 엽서에 `대한민국(South Korea)`이라고 기입하면 60억 가운데 59억5천만 명의 사람들이 `버림` 받고 약 5천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 받는다. 이어서 `경상북도(Gyeongbuk)`라고 기입하면 약 4천73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버림받고 270만 명의 경상북도 도민이 선택받는다. 그 다음 `김천시(Gimcheon-city)`라고 쓰면 255만 명의 경상북도 도민들이 버림받고 나머지 15만 명의 김천시민이 선택 받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천대학교 김동찬 교수(Professor Dong-Chan Kim in Gimcheon Univ.)`이라고 기입하면 약 14만9천999명의 김천시민이 마지막으로 버림받고 정확하게 필자가 선택되어 우편물이 배송된다. 수천 수만 km가 떨어진 곳에서 발송된 단 한장의 엽서라 하더라도 이러한 `버림`과 `선택`이란 과정의 반복을 통해 정확하게 배송된다.

우리 몸에서도 이러한 `버림과 선택`의 현상들이 매일 24시간 365일 일어나고 있다. 면역 시스템의 주인공인 항원-항체 반응이 그렇고, 각종 호르몬과 호르몬이 결합해 작용하는 수용체 반응이 그렇고, 효소와 기질 반응 또한 그렇다. 그 외에도 수많은 `버림과 선택`의 복잡 다단한 현상들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때, 체내로 들어온 약이 작용하는 작용 기작 또한 이러한 `버림과 선택`의 현상을 통해 우리 몸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버림과 선택이 일어나게 되는 주요 원인은 바로 우리 몸에 모든 생리활성과 작용기작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3차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리보좀이라는 합성 효소에 의해 메신저 RNA를 기본틀로 하여 아미노산 중합체 고리를 연결하면서 1차 구조로 합성이 되는데 이때 아미노산 각각이 보유하고 있는 곁가지의 성질에 따라 1차 구조가 2차 구조로, 더 나아가 3차 구조로 추가 변형된다. 각 단백질에는 결합 물질이 결합하는 활성부위가 존재한다. 우리가 섭취한 약이나 호르몬은 이러한 여러 단백질의 활성부위의 구조를 면밀히 검토해 자신과 구조적으로 잘 결합할 수 있으면 선택해 결합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린다. 그러나 약이나 호르몬에 선택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단백질이라 하더라도 그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며 차후 자신이 보유한 활성부위에 잘 결합할 수 있는 약이나 호르몬을 만나게 되면 그때 자기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무조건 적인 `버림`이 아니라 적절히 때와 시기에 자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한시적 `보류`라고 할 수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땔나무에 눕고 쓸개를 맛본다는 의미인데, 원수를 갚거나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반좌파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 우파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처절한 버림을 경험했다.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고 버림받는다는 것은 쓰라린 경험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생물이다. 민심은 변한다. 이럴때 일수록 더욱 와신상담해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