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미국의 어린이 110명 가운데 한 명은 자폐를 앓고 있다. 부모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힘들어한다. 자폐는 뇌의 정보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결과이지만 뇌의 어떤 부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직까지도 분명치 않다. 몇 년 전 서울대 의대 정신과 류인균 교수와 김지은 박사팀은 자폐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편도체(amygdala)의 측기저핵 크기가 일반 아동에 비해 10% 정도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의 측면 안쪽에 있는 편도체는 사물을 분별하는 인지 기능과 희로애락과 공포, 불안 등의 감정을 느끼는 정서적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편도체는 측기저핵·중심내측핵·표재핵 세 부위로 나뉜다. 류 교수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뇌를 촬영해 측기저핵이 자폐증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류 교수팀 연구 결과는 자폐증과 관련 있는 뇌의 부위만 확인했을 뿐, 그 부위에서 무엇이 잘못돼 자폐 증상을 보이는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 나아가야 한다.

여러 자폐 증상들 가운데 특정 영역에서 매우 뛰어난 기술이나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들어 대니얼 태밋이란 사람은 운전도 못하고, 왼쪽과 오른쪽도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3.14로 시작하는 원주율(π·파이)의 2만2514개 숫자를 5시간 9분 54초에 걸쳐서 정확하게 기억해내 유럽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자폐 증상을 다룬 영화로 `레인맨`, `카드로 만든 집`, `말아톤`, `어카운턴트` 등이 있다. 그중 1988년작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에 나오는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 역)의 모습은 참으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레이먼드는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번호를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엄청난 기억력을 보여준다. 또한 카지노 블랙잭 카드 게임에서도 레이먼드 덕분의 모든 게임에서 승승장구 하게 되며 많은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 자폐 증상으로 진단 받은 사람은 레이먼드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레이먼드의 동생 찰리(톰 크루즈 역)나 그 형제의 아버지 또한 자폐 증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찰리나 두 형제의 아버지 모두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기 보다, 자신만의 관점과 논리만을 주장하면서 자신만의 말과 행동으로 아픔과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혼밥(혼자 밥먹는)족 사람들을 두고 “사회적 자폐” 라고 단언했다. 이미 디스패치를 비롯하여 수많은 언론들, 그리고 SNS에서 황교익의 “혼밥은 사회적 자폐” 발언 문제로 뜨겁다. 자폐란 단어는 의학적으로 사용되든, 사회학적으로 활용되든 상당히 자극적이고 거부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혼밥을 두고 사회적 자폐라고 단정 지은 황교익 또한 자신만의 관점과 논리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황교익 발언을 살펴 보면, 혼밥과 사회적 자폐를 이야기 하면서 노숙자를 예로 들었다. 노숙자의 혼밥의 원인이 뇌에 큰 고장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황교익의 발언은 해석하기에 따라 혼밥족은 노숙자 같이 뇌에 큰 고장이 발생한 사람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황교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사회적 자폐 현상의 구체적 사례로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고, 더 나아가 일본 사회를 제대로 질서가 잡히지 않은 파편화된 사회라고 단정지어버렸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그가 맛 칼럼니스트로 많이 유명하기 때문에 밥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먹는지 모르겠으나, 다양한 국제관계와 한국의 복잡한 정치 현상 같은 이념과 국제 사회 구조를 분석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안을 주된 메뉴로 다루는 레스토랑에서는 홀로 구석에 앉아서 `혼밥`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