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번역
열린책들 펴냄·장편소설·1만3천800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56)의 신작 장편소설 `잠`(2권·열린책들)이 교보문고 7월 3주(7월12일~18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4위를 차지했다.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지난달 출간된 책은 한 달 동안 20만부 넘게 팔렸다.

베르베르가 `제3인류`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잠`은 인간이 감히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대륙, 잠의 세계로의 탐험을 그렸다. 꿈을 제어할 수 있거나 꿈을 통해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리는 스펙터클한 꿈속의 모험 소설이다.

이 책은 1980년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과학 전문 기자 시절에 썼던 자각몽자에 관한 르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취재 당시 실제로 자각몽을 경험하기도 한 베르베르는 2014년 시작된 불면증을 계기로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잠에 대한 그간의 연구 성과 및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는 벤조디아제핀과 졸피뎀 등 비대해진 수면제 산업이나 의료계, 언론계, 관광산업 등에 대한 날카롭고 유머러스한 풍자도 여전하다. 특히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베르베르 나름의`잠을 잘 자는 법`이나 `잠을 이용해 공부하는 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으로 스물여덟 살의 의대생이다. 자크 클라인의 아버지는 항해사로 자크가 열한 살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역설수면 다음에 제6단계가 있다고 믿고 있던 카롤린은 콜럼버스 시대에 탐험가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지도에 테라 인코그니타라고 표기했던 사실에 착안해 수면 6단계를 `미지의 잠(Somnus incognitus, 솜누스 인코그니투스)`이라 이름 붙였다. 수면의 6단계를 찾기 위해 극비리에 수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비밀 실험`을 하다가 사고로 피실험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음 날 그녀 역시 실종된다.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꿈속에서 20년 뒤의 48세 자크를 만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니 빨리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권한다. 자크는 꿈속의 만남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가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꾼 뒤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 `꿈의 민족`으로 불리는 수수께끼의 부족이 있는 말레이시아로 향하는데….

한편, 법학과 언론학을 공부하고 잡지 기자로 활동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서른살이던 1991년 120여 차례 개작을 거친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파피용`,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신화와 과학, 상상력으로 빚어낸 장대한 스케일의 과학 소설 `제3인류` 등 수많은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2천3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교보문고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사랑받은 소설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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