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인간 실격`
김승옥·다자이 오사무 지음·민음사 펴냄·인문·각 6천800원

민음사가 국내 최초, 동네 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을 펴냈다.

기존`세계문학전집`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두 종을 특별판으로 제작해서 전국의 동네 서점 130여 곳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무진기행`은 한국 문단에 `감수성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살아 있는 전설 김승옥의 현대 도시인의 고독과 불안, 살아남은 자의 우울과 부끄러움을 포착한 걸작 단편집이다.

이번에 `쏜살 문고 동네 서점 에디션`으로 새로이 편집, 출간된 `무진기행`에는 한국 단편 문학의 걸작이자 가장 많은 이들에게 필사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무진기행`을 비롯해 1965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서울 1964년 겨울`과 도시 생활자의 욕망과 우울을 조형해 낸 `역사`,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 환경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번민해야 하는 한 인간의 하루를 그려 낸 `차나 한 잔`에 이르기까지, 전후 `살아남은 자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담은 네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돼 있다.

일본 데카당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는 다자이의 `인간 실격`은 타산과 체면으로 영위되는 인간 세상과 사회 질서의 허위성, 잔혹성을 처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며 순수하고 깨끗한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 가는, 이른바 `패배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요조를 둘러싼 위선적이고 상식적인 인간들이 거리낌 없이 드러내 보이는 추악한 모습은, 이 사회의 틀에 젖어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성을 촉구한다.

이 이벤트에는 경상북도 aired, 오늘은 책방, 몰리북, 삼일문고, 달팽이 책방· 대구시 고스트북스, 더폴락, 차방책방, 책방이층, 태성서적 등 전국 방방곡곡의 독립 서점들이 함께 참여한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체인 서점에서 판매하는 `디자인 특별판`은 그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시도된 적이 많았지만, 동네 서점에서만 판매되는 책이 나오는 것은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책방의 운영 방식도 다른 데다 지역적으로도 흩어져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동네 서점들의 속성상, 이러한 집합적 기획이 실행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을 살리자는 말만 높았지, 출판계의 독자 이벤트는 대부분 대형 체인 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진행돼 오히려 동네 서점을 소외시키곤 했다.

이번 이벤트는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민음사와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 그리고 독립 서점 51페이지 김종원 대표가 기꺼이 수고를 더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네 서점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었다.

이번 쏜살 문고 특별판(동네 서점 에디션)은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체인 서점에서는 전혀 판매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이 각 지역에 있는 동네 서점에서 책을 직접 살펴보고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독자들이 동네 서점에 가야 할 이유와 계기를 제공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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