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이해인 수녀 지음
샘터 펴냄·인문·1만원

이해인(72) 수녀, 가만히 불러만 봐도 눈꽃송이를 녹일 듯 따스한 이름으로 다가온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숙명적으로 사랑하는 시인을 꼽는다면, 아마 그를 첫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어두운 현대인들의 마음에 위로를 전하는 시작을 우리들에게 내어주었다.

그는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후 현재까지 1천여 편의 시, 16종의 시집을 펴냈다. 시선집, 동시집, 동화집, 산문집, 역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도 집필했다. 자신을 그득 채우고 넘쳐흐르는 기도와 사랑,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인사로 영글게 한, 저 저서들 또한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가 최근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언어를 갈고 닦았던 노력을 글로 엮어 신간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샘터)를 펴냈다.

책에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위로와 용기, 때로는 낭패가 된 단상이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이해인 수녀는 아무리 화가 나도 막말은 하지 말라고 타이른다. 감정 조절이 잘 안 될 때 쓸 수 있는 언어를 연구해봤더니, `보통 일이 아니에요`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가 으뜸이더란다. 화날 때 저 두 마디로만 감정을 갈음한다면 세상에 싸움이 날까 싶다.

그는 책에서 특히`잘 말하기 연습법`을 제안한다. 거창한 구호나 이론이 아닌, 일상 속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상 매뉴얼로,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들, 만난 사람들,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명사들, 가까운 친지들과의 사연도 독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두드린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모두가 언어와 관계된 것들입니다. 제가 평소 삶에서 경험한 것을 썼기에 어떤 논리적인 배움이나 언어학적인 가르침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한 주관적으로 제시하는 내용들이라 모든 이에게 다 해당되는 정답도 아닐 것입니다. (….)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번쯤 `나도 이제 나만의 고운 말 메뉴를 만들어 볼까?`라고 생각해 주면 기쁘고 고맙겠습니다.” -저자 서문 중에서
 

“고운 말 한마디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빛이 됩니다.”

1장에는 곧장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고운 말 훈련 매뉴얼을 담았다. 누구나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과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안내한다. 2장에는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마음가짐과 태도 등, 말의 씨앗이 되는 마음에 관해 좀 더 깊숙이 접근한다. 3장에는 저자가 그동안 써온, 말과 글에 관한 단상들을 모았다.

본문 사이사이 `따라 쓰며 마음에 새기는 시(詩)` 지면에는 말하기와 관련한 저자의 시 열네 편이 수록돼 있다. 시를 읊조리거나 따라 쓰면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 한마디가 우리 삶과 영혼에 미치는 감동과 여운을 음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각 장 끝에는 `스스로 채워 가는 고운 말 수첩`이 있다. 오늘 하루 수집한 고운 말들을 독자 스스로 적어 보는 지면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